SK그룹 전경. [출처=EBN]
SK그룹 전경. [출처=EBN]

SK이노베이션이 전력 사업 자회사를 통한 전환우선주 발행을 결정,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사실상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산 매각과 계열사 합병, 대규모 자본 확충이 결실을 보이면서 그룹 재무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다만 배터리와 화학 계열의 부진은 여전히 그룹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전력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를 통해 총 3조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발행을 결정했다. 

나래가 1.65조원, 여주가 1.35조원 규모를 각각 조달하며 이 가운데 2.4조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여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하반기까지 총 8조원의 자본확충을 마무리했다. 다만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 향후 재무적 변동성이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그룹 전체 차원에선 순차입금이 2023년 말 83조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71조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34%에서 103%까지 떨어졌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자산 매각이 반영되면 그룹이 설정한 100% 이하 목표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SK㈜는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으로 2.6조원을 확보했고,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자회사 매각으로 약 1조원의 현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성과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 경쟁력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23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시장 강세 속 D램과 HBM이 동반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지난 2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3분기에도 10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030년까지 AI 관련 사업에 8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으며 그룹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SK텔레콤은 AWS와 손잡고 울산에 7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SK온은 잇따른 합병과 자본 확충에도 실적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대규모 조달과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부문 적자와 화학 부문 업황 부진으로 신용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단기 부담을 완화했지만, IPO 지연 등 구조적 취약점은 여전하다.

특히 외부 투자 유치로 조달한 자본 상당 부분이 부채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올 하반기까지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의 자본조달을 합치면 그룹 차원의 부채성 자본조달 규모는 약 18조원에 이른다. PRS, 전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등은 만기·정산 조건에 따라 향후 재무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SK그룹이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단기 재무지표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배터리와 화학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과 부채성 자본조달 구조는 여전히 그룹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배터리 사업 정상화와 화학 계열의 체질 개선, 자본조달 질적 관리가 재편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산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빠르게 체질을 바꾸며 AI·반도체 중심의 성장 축을 확실히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배터리와 화학 부문은 단기간에 구조적 개선이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두 축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느냐가 그룹의 향후 신뢰도와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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