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은 목요일 아르헨티나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급히 움직였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최근 몇 주간 급락한 페소화를 떠받치기 위해 이례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직접 페소화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르헨티나 당국이 자체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려던 시도가 실패한 후의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은 반복적인 채무불이행과 평가절하를 겪어온 아르헨티나에 정치적 '베팅'을 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정치적 동맹인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10월 26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돕고, 좌파 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으로 불안해진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베센트 장관은 "미 재무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예외적 조치를 즉시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반구(hemisphere)를 함께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와 베센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베센트는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심각한 유동성 부족의 순간"이라고 규정하며 채무상환 능력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어떤 대가를 요구했는지는 즉시 알려지지 않았으며 밀레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180억 달러 규모 스왑라인을 폐기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자유변동환율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베센트는 "현재의 환율 밴드 제도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 건전성에 기반한 아르헨티나의 정책은 건전하다"며 "미국 기업의 현지 투자 인센티브 방안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르헨티나 달러 표시 국채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고, 일부 유동성 높은 채권은 달러당 4센트 이상 급등했다. 페소화는 장 초반 2.7% 하락했으나 장 마감 시점에는 달러 대비 0.7% 상승으로 전환됐다.

트럼프와 밀레이는 오는 10월 14일 백악관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두 사람은 9월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첫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번 발표는 며칠간 이어진 미-아르헨티나 경제팀 간 협의의 결과다. 이 협의에는 루이스 카푸토(Luis Caputo) 경제장관과 IMF(국제통화기금)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만남도 포함됐다. 아르헨티나는 550억 달러 규모의 채무로 IMF 최대 채무국이다.

이번 양자 스왑은 미 연준이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맺은 일반적인 스왑라인과 달리, 30년 전 워싱턴이 멕시코를 구제했을 때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는 "베센트에게는 익숙한 영역"이라며 "그의 외환시장 경험이 길지만, 200억 달러 규모의 라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번 아르헨티나 지원 조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민주·공화 양측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워싱턴의 지원 결정 과정에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밀레이는 선거운동 당시 "정부는 문제의 해답이 아니다"라며 연방지출 삭감을 상징하는 '전기톱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중앙은행 폐쇄를 공약했던 그가 이제는 해당 기관을 통해 미국과 스왑라인을 체결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지난 4월 IMF를 통한 200억 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나 지원을 지지한 바 있으며 이는 트럼프 1기 이후 세 번째 IMF 구제금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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