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29일 체결한 관세 협상 세부 합의에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총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투자안은 한국 기업이 주도하고, 현금과 정부 보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나머지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 협력은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정부 보증도 포함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 금융 등 장기 자금 조달 방식을 포함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우리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측이 줄곧 주장해온 ‘전액 현금 투자’ 원칙에서 조선업 부문에 한해 보증을 허용한 것으로, 한국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특히 이번 합의가 한국이 투자처와 방식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전환점이라고 본다. 당초 지난 7월 31일 체결된 마스가 기본 합의는 미국 주도의 투자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세부 조율을 통해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미국은 이를 수용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 마스가 펀드는 미국이 정한 분야에 우리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합의는 우리가 제안하고 미국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라며 “사실상 한국이 주도권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최근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조선업 협력 각서, 이른바 ‘일본판 마스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조선업 작업반’을 설치하고 일본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 공동투자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여러 차례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며 마스가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경주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우리는 한국과 매우 특별한 조선업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차 세계대전 당시 하루 한 척을 건조했던 미국은 조선업의 최강자였다. 이제 한국과 함께 조선업 부흥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한화오션이 투자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master)”라며 “우리는 필라델피아와 다른 지역에서 한국과 함께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머지않아 최고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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