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278_702069_116.jpg)
전문가들은 29일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선방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합의를 얻어낸 점을 주목했다. 투자 부담이 완화된 점도 큰 성과라고 봤다.
다만, 대미 현금투자액 자체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산업 이전으로 인한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 등도 나왔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나 자동차 관세가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을 갖추게 돼서 다행이다. 관세라는 것은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으면 된다"면서 "다만 반도체는 아직 품목별 관세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 한국이나 대만 반도체를 대체할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품목별 관세 부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큰 틀에서 보면 대미 투자 펀드 규모를 줄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자동차 관세가 경쟁국 대비 10%포인트 불리한 상황이 한 달 넘게 계속됐기 때문에 이 부분이 타결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자동차의 경우 손실이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협력업체들은 상당히 위험했다. 적어도 이번 협상을 통해 경쟁국 대비 동등한 조건으로 갔고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늘 협상 결과는 우리 측에서 최선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면서 "다만 투자액 집행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대한 우리 지분이 얼마인지, 투자 시 전략산업 선정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 수익에 대한 지분은 얼마인지, 국내 산업이 미국으로 이전할 때 국내 고용 및 산업 구조조정 문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듯하다"고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미 투자금 총액은 그대로이지만 연간 투자액 한도를 200억원으로 낮춘 것은 부담을 크게 줄인 것"이라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55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와 일본은 경제 여건이 다르지만 우리가 이번에 관철해야 할 부분은 관철한 셈이다. 다만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아닌지, 사업적 합리성이 있는지는 추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외환시장의 안정화와 현금성 지출에 대한 회수 가능성, 두 가지 측면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켜 잘 타결한 것 같다. 일본의 경우 투자처도 대부분 미국이 결정하고, 수익성이 약한 분야가 투자처로 선정되면 손해를 다 떠안는 구조인데 한국은 향후 회수 가능성에 대해 일본보다 안전장치 등을 더 많이 만들어놨다는 점에서 더 촘촘하게 타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아쉬운 점은 정부가 보증이나 대출을 어느 정도 감안해 2천억달러를 구성하려 했는데 미국이 워낙 완강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협상은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구조를 받아들인 것으로, 미국이 상당히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2000억달러라는 전체 현금투자 규모는 우리 국방예산의 43% 수준으로 큰 금액"이라면서 "이를 위해 매년 200억달러를 정부 지출로 투자한다고 하면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익 배분도 5대 5로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200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미국이 투자하는 건 제로(0)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여러 가지 투자 안전장치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투자위원회 역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으로, 한국이 의견을 제시해도 견해차가 커 조율이 안 되는 경우 소송할 수도 없고 다른 방법이 없다.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과거 자유무역협정(FTA) 시절을 생각하면 미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셈이어서 아쉽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에 우리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안보나 미래산업에서 얻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번 협상을 통해 많이 확보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이 핵잠수함 연료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는데 전형적인 안보-경제 이슈다. 우리가 경제 쪽에서는 과거보다 상당히 불리한 환경에 놓였지만, 국방·안보 쪽에서는 자주국방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어서 그쪽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을 얻어낼 수 있다면 큰 성과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간 양해각서(MOU)를 보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핵심 광물 등 미래 전략산업들이 열거돼 있다. 우리도 미국과 협력하는 구체적 산업들에 관심을 갖고 미국에 진출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