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셀렉트 경주 전경. [출처=라한호텔]
라한셀렉트 경주 전경. [출처=라한호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북 경주시가 ‘외교의 무대’를 넘어 숙박산업 구조 전환의 실험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상 숙소 보안 강화, 식음(F&B) 서비스 고급화, 객실 리뉴얼 등이 잇따르면서 지역 호텔업계는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를 단행 중이다. ‘하룻밤의 품격’이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APEC 특수(特需)가 현실화되고 있다.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경주 주요 호텔 12곳은 정상급 숙소(PR Suite) 확보와 서비스 표준화에 나섰다. 보문단지 일대의 대규모 리모델링 규모는 총 1700억원에 육박, 지역 관광 인프라 업그레이드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힐튼경주는 미국 대표단 숙소, 라한셀렉트경주는 일본 총리 숙소이자 공식 만찬장, 코오롱호텔은 중국 국가주석 숙소, 아난티 그룹 리조트는 중동권 대표단 숙소로 지정됐다. 호텔 간 경쟁이 곧 ‘국가 간 의전 경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번 APEC은 경주의 관광산업을 고급화·다변화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회의 이후에도 국제회의 유치와 외국인 고급 관광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업계는 APEC을 계기로 서비스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조식·만찬 등 식음 부문은 각국의 문화·종교를 고려해 할랄·비건·코셔 메뉴 라인업을 상시화하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한식 코스 메뉴로 외교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전통 공예품과 지역 예술품을 객실에 배치하며 ‘문화 접대형 숙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번 APEC을 기점으로 국내 호텔업계가 단순 숙박을 넘어 ‘문화·외교형 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래드 서울 객실에 비치된 ‘시몬스 뷰티레스트’ 모습. [출처=시몬스]
콘래드 서울 객실에 비치된 ‘시몬스 뷰티레스트’ 모습. [출처=시몬스]

정상급 객실에는 모두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 도입됐다. 그 중에서도 시몬스 매트리스는 5성급 이상 호텔의 약 90%에 공급되며, ‘숙면이 곧 외교력’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국내 가구·인테리어업계 역시 APEC을 계기로 K-리빙 브랜드의 글로벌 신뢰도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한 가구·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일정을 마친 정상들이 맞이할 수면 환경은 단순한 호텔 인테리어가 아니라 외교 의전의 한 축이자 국가에 대한 신뢰도”라며 ”APEC을 계기로 한국을 더욱 수준 높은 국가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텔업계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가 ‘문화관광 도시’에서 ‘국제회의 도시’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

보문단지 일대는 APEC 종료 후에도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인프라·레저 콘텐츠 결합형 도시로 재정비될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APEC은 단기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며 “이번 경험이 숙박, 식음, 문화, 보안, 인프라 전반을 고급화하며 ‘한국형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교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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