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검찰총장 크리스 메이스(오른쪽), 오리건주 검찰총장 댄 레이필드(가운데),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롭 본타(왼쪽)가 11월 5일 미국 워싱턴 D.C.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479_703392_311.jpg)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의 합법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마저 정부 측 논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BBC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중국·멕시코·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의 위법성을 다투는 심리가 열렸다.
소송은 중소기업과 일부 주(州) 정부가 제기했으며, 이들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사실상 '세금'을 부과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등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대통령이 어떤 나라의 어떤 상품에도, 얼마든지, 언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냐"며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그렇다면 의회가 외국과의 무역 규제 책임을 전부 포기하는 것을 막을 근거가 뭐냐"고 꼬집었다.
트럼프 측 변호인 존 소어는 "미국이 마주한 상황은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비상 위기'이며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관세는 세금이 아니라 무역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수입은 부수적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고 측 변호인 닐 카탤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전 세계 모든 상품에 임의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위임했다고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역적자나 마약 문제는 법이 규정한 ‘비상사태’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부 대법관들은 관세가 세금의 일종이라는 점을 들어 의회의 권한 침해를 지적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관세를 세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세금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하급심 세 곳의 위헌 판단이 모두 뒤집히게 된다. 반대로 패소할 경우 정부는 이미 징수한 약 900억 달러(약 125조 원)의 관세 수입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혹시 모를 패소에 대비해 다른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베트는 "백악관은 언제나 대안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관세 부과 권한의 본질적 주체가 대통령인지, 의회인지를 가르는 중대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통상 수개월에 걸쳐 판결을 내리지만 이번 사안의 파급력을 고려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