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 전량을 반납했다. [출처=연합뉴스]
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 전량을 반납했다. [출처=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한 달 만에 올해 초부터 쌓아온 상승폭을 모두 되돌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친화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한 가운데 장기보유자들의 대규모 차익실현, 기관 자금 유출, 거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전 7시30분 기준 9만4000달러 수준으로 후퇴하며 지난해 말 가격대로 회귀했다. 인베스팅닷컴에서도 이날 이른 오전 한때 9만3043.5달러까지 밀리며 지난해 종가(9만3557.2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12만6200달러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보복 관세 발언을 기점으로 위험자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급락했다. 이후 미·중 휴전 발표에도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낮아진 점 또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 ETF는 올해 250억달러 이상을 유입시키며 운용자산(AUM)을 최대 1690억달러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시장은 이를 기반으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최근 기관 수요가 뚜렷하게 약해졌다. 지난 13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11개에서 하루 동안 8억68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올해 2월 이후 최대 규모의 유출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매수하던 기관들이 리스크 자산 비중을 줄이자 가격을 지지하던 힘도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매슈 호건 비트와이즈 CIO는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로 전환했다"며 "가상자산이 가장 먼저 반응한 셈"이라고 말했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약 81만5000개 규모를 매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레버리지 롱 포지션 청산, 거시환경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난센의 제이크 케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장기 보유자 차익실현, 기관 자금 유출, 거시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며 "장기 조정과 횡보 이후 시장이 단기적으로 하락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해 주목받아온 스트래터지도 매수세 약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최근 보유 비트코인 가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으며, 지난 13일에는 일시적으로 보유자산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 시장이 더 이상 고레버리지 전략에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업계 내 분위기는 신중함이 우세하다. 탈중앙화금융(DeFi) 기업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 리서치 디렉터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사이클이 반복돼 왔다"며 "최근 커뮤니티와 콘퍼런스 분위기를 보면 기관 자본 유입에 대한 회의론이 뚜렷하고, 상승 모멘텀도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 호건 CIO는 "개인 투자자 심리는 부정적이지만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본다"고 언급했다.

미국 채굴업체 아메리칸비트코인의 공동창립자 에릭 트럼프 역시 "가상자산의 변동성은 익숙한 부분이며, 지금과 같은 조정은 좋은 매수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향후 방향성은 다시 기관 투자자 수요가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보유자 매도세 완화 여부, 거시환경 안정, 정책 불확실성 감소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 돌파 이후 한 달여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단기적 불확실성은 크지만, 장기 전망을 둘러싼 시장 내부의 견해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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