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보험사 밖에 오바마케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출처=연합뉴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보험사 밖에 오바마케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건의료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ACA) 보험사들을 겨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발언에서 오바마케어 보험사들을 "크고, 비대하며, 부유한 기업"으로 규정하며 정부 보조금을 보험사 대신 환자에게 직접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가의 시각은 정치권의 비난과는 크게 다르다. ACA 시장은 올해 들어 손실이 확대되며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이다. 메디케이드에서 이탈한 더 아픈 환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의료비가 급증했고, 보험사들은 2026년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렸음에도 시장 매력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올해 강화된 세액공제(보험료 보조금)가 종료를 앞둔 가운데, 가입자 감소와 보험료 인상 위험이 커지면서 ACA 중심 보험사들의 주가는 연중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ACA 시장 최대 사업자인 센틴(Centene)은 연초 대비 40% 이상 하락했고, 몰리나 헬스케어(Molina Healthcare)는 시가총액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내년 종료되는 강화 보조금을 보험사 대신 Health Savings Account(HSA) 형태로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 위험풀을 더욱 약화시켜 보험사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 애널리스트 존 스탠셀은 HSA가 고액공제 플랜과 결합될 경우 건강한 가입자들이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공화당의 새로운 제안 자체보다도 초당적 협상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강화된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2026년 보험료는 큰 폭으로 오르고 약 2천만 명의 미국인이 급등한 보험료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 중 수백만 명이 보험을 이탈해 가입자 규모는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ACA 시장은 본래부터 대형 보험사에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고용주 제공 보험이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A)에 비해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크며, 저소득층 중심의 가입자 기반으로 이탈·재가입이 잦다. 여기에 경쟁 심화와 위험조정제도의 이익 제한 구조가 겹치면서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흐름이 장기화돼 왔다.

CVS 헬스의 자회사 에트나는 손실 증가로 2018년 ACA 시장에서 철수한 뒤, 2022년 일부 지역에 재진입했으나 다시 2026년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ACA 시장이 트럼프가 묘사한 것처럼 "수조 원의 이익을 주는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향후 ACA 시장이 단기간 반등할 가능성은 낮으며, 보조금 축소와 보험료 상승으로 미국의 무보험자 비율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낮지만, 보험사들이 트럼프가 표현한 '크고, 비대하고, 부유한 기업'이 될 가능성도 한동안 없다는 것이 월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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