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공사현장, 기사와 무관.@EBN
서울 강서구 공사현장, 기사와 무관.@EBN

"오늘도 일이 없다고해 귀가했어요. 내일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울 강서구 목동역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A씨. 일용직 근로자로 살아가는 그의 얼굴엔 어두운 잿빛이 깔렸다. 건설업 불황으로 시공현장이 줄자 현장배정(일감)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A씨는 "며칠 째 일감이 없어 허탕만 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겨울이 찾아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하지만 겨울보다 매서운 게 요즘 상황인 것 같다"며 "이렇게 일감이 없을 땐 아는 지인을 통해 (일자리) 소개를 받기도 하는데, 지인들마저 일감이 없다고 해 막막한 심정"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대표 B씨는 "연말에 가까워지면서(10월~11월 초) 인력 쏠림 현상이 잠시 있었지만, 11월 말부터는 인력을 찾는 현장이 급감했다"며 "오늘(26일) 오전만 하더라도 절반(10여명)이 직업소개소에 방문한 이후 빈손으로 돌아갔다. 야간에 투입되는 인력 또한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문이 닫혀있는 직업소개소.@EBN
문이 닫혀있는 직업소개소.@EBN

B씨가 체감하는 업황의 낮은 온도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16만명)보다 4.6% 줄어든 206만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 1월(209만명)부터 4월(210만명)까지 4개월 간 증가세를 보였지만, 5월(207만명)부터 하락 전환해 9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처럼 건설업 취업자 수가 급락한 것은 급격히 치솟은 레미콘·시멘트 등 건설공사 물가 영향에 시공현장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 9월 고로슬래그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43.6)보다 6.7%p 급증한 153.3으로 조사됐다. 고로슬래그는 철광석을 제철 공정에서 녹여 철을 생산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혼합재 등 건설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포틀랜드시멘트의 올 9월 물가지수는 작년(153.1) 대비 5.9%p 증가한 162.0을 기록했다. 포틀랜드시멘트는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물가를 나타내는 올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29.3)보다 0.9%p 높아진 130.5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선행지표는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민간 수주는 부진한 상황"이라며 "동행지표인 기성은 건축 공사 위주로 침체가 더 심화됐다"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