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대표이사)이 유임했다. 건설업계 인사 칼바람에 롯데그룹 위기설까지 더해져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무난히 자리를 지켜냈다. 이는 박 부회장이 그동안 잘 해왔다는 의미이자 앞으로도 잘 해줄거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그도 그럴게 롯데건설은 '재무통' 박 부회장 체제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 리스크를 크게 덜어냈고, 적극적인 수주로 수년치 먹거리도 단단히 챙겨놨다. 다만 건설업 전반의 원가 부담으로 롯데건설 수익성 또한 크게 낮아졌는데 실적 측면 역시 박 부회장이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25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원래 예정된 임기 만기는 내달 8일이지만, 이번 연임 결정으로 박 부회장은 내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인사 발표 전까지 박 부회장의 교체를 예측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최근 건설사 임원 인사 추이를 보면 수장의 유임 사례가 많지 않았고, 몇몇 건설사의 경우 임기 만기가 한참 남은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룹 위기설까지 더해지면서 롯데건설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대대적 인적쇄신이 이뤄질 거라 점쳐졌다. 다른 한편에선 '40년 롯데맨'으로서의 그룹 내 입지, 역량 및 업적 등을 고려할 때 박 부회장이 건설이 아닌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곳으로의 '영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의 자리를 지킨 데는 2년 간 달라진 롯데건설의 재무개선세 상당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박 부회장은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사태로 롯데건설 자금난이 정점에 있던 2022년 말,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 규모가 7조원에 달했고, 당장 조 단위 PF 만기가 도래하지만 차·상환을 확신할 수 없는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때마침 등판한 박 부회장은 '위기관리능력 전문가'라는 그의 수식어 답게 취임 반년 만에 롯데건설을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현금을 여기 저기서 끌어 모았고 그 결과 2022년 말 5980억원에 불과했던 곳간을 반년 만 1조8857억원으로 불려놨다. 쌓이는 현금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PF 대응에 적극 활용, 유동성 위기를 빠르게 종식시켰다. 

2023년 1월 메리츠증권과 펀드 조성을 통해 유동화증권 매입 관련 자금을 마련했고, 지난 3월에는 시중은행 등과 2조 3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 '프로젝트샬롯'을 조성, 만기 연장 필요 채무를 펀드에 편입, PF 우발채무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회수된 대금으로 롯데건설은 그간 계열사에 빌린 조 단위의 차입금을 상당 부분 상환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자료=한국기업평가]

여러 노력으로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PF 우발채무는 4조8945억원으로 취임 전 6조 9000억원 대비 크게 낮아졌고 부채비율도 2022년 265%에서 같은 기간 205%까지 내려갔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의 수주 곳간도 넘치게 채웠다. 올해 롯데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만 1조 6436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1조 클럽'에 무난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대부분 서울 전역 물량을 고르게 확보하며 사업성까지 단단히 챙겼다는 평가다. 

이같은 개선세는 박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고강도 인적 쇄신 칼날을 피하게 한 핵심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건설업 전반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면서 롯데건설 수익성 역시 낮아진 것 역시 그의 연임에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간의 재무적 성과를 기반으로 실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줄거라는 신동빈 회장의 기대가 반영된 인사란 해석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6조284억원 규모를 올리며 전년동기 4조8747억원보다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은 33.7% 감소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2.7%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연임은 그동안 잘 해왔다는 의미이자 앞으로도 잘 해줄거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기대가 담긴 인사로 보인다" 며"장기 불황에 따른 실적 방어 및 개선에 대한 그룹 차원의 실질적 주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IR)을 열고 계열사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밝혔다. 이 중 롯데건설에 대해선 부채를 1조원 감축해 올해 말 부채비율을 187.7%로 낮추고 현금성 자산을 1조3000억원, 차입금은 1조9000억원대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올해 3조6600억원에서 내년 2조4700억원대로 줄인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등으로 2조원 이하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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