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에서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BN

정부가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반주주 이익 보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이 모든 법인을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보다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동안 소액주주들이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시장의 이해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이 참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소액주주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안은 상장법인이 합병이나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등을 진행할 때 자본시장법 165조 4의 규정에 따른 행위를 할 경우 그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작성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사회는 합병 등 해당 거래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공시해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향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주주 경영진의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비계열사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주식가격,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의 평가·공시도 의무화한다.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가장 컸던 물적 분할에 대해서도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IPO) 20%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거래소의 세칙 개정 사항이지만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거래소의 일반 주주 보호 노력 심사 기간인 5년을 폐지해 상장 시기에 관계없이 심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으로 이번주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의의와 특징으로 크게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해 상법 개정으로 상장법인이 아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용 대상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65조 4에서 규정하는 4가지 행위로 한정해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손익 거래의 경우 거의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지만 합병·분할과 같은 재무적 거래의 경우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크고 실제 일반 주주보호 문제도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해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의 재무적 거래에 대한 주주 보호 노력조항을 둬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인 주주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해 절차 준수 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의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도 기대했다.

그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 규정 방식에 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일반법 개정은 법령 승인과 업계 내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좋은 취지와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경우 제도 개정의 의미가 크게 훼손된 사례도 드물지 않게 목격한 바 있어 이를 감안해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핀셋 개정 논란…“대안 논의 충분하지 않았는데 이해 구해나갈 것”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상법 개정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핀셋 개정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상법 개정에 운을 띄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였으나 갑자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노선을 바꾼 것에 대해 일반주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어떻게 보면 제한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했다고 했던 케이스를 보면 대부분이 재무적 거래였기 때문에 이번 개정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사회가 주주보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문을 포함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상법상 이사충실 의무에 대한 취지도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상법 개정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돼 왔기 때문에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들을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법적인 측면에서 보완된 부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구상엽 법무실장은 “기존 법안과 비교하면 상법상 일반 조항 법안은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는데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며 “이사 입장에서 법적인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도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구제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선 논의대로라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주주들이 입증 책임을 다해야 했지만 지금 정부안에 따르면 절차 조항을 세밀하게 구성해 놨기 때문에 그 조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것을 근거로 주주 입장에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며 “반대로 기업이나 이사 입장에서도 충분한 근거를 남겨놓으면 면책에 대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이 어렵다면 자본시장법에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법안을 보완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원래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기 전에 증권거래법 시절 상장 법인에 대해 지배구조 조항이 담겨 있었으나 자본시장법이 만들어지면서 지배구조 관련 상법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며 “만약 자본시장법에 넣게 되면 이 체계를 다시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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