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

전일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경제단체들이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대야당의 당론에 따라 현실적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남은 시간 상법개정에 따른 한국 경제의 득실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전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제328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이익 보호 의무를 추가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안에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 한정됐다면 개정안은 그 범위가 전체 주주까지 확대되며 개인주주 권익에 무게를 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기존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회사 및 주주를 위해’로 변경됐으며, 새롭게 만든 2항에는 ‘이사의 직무 수행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히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기업의 이사들은 회사 계열사 간 합병이나 주식 교환 등의 결정을 내릴 때 지배주주 뿐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앞서 ‘쪼개기 상장’으로 ‘LG화학’ 일반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힌 ‘LG에너지솔루션’ 사례와 더불어 최근 발생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 논란 등이 상법개정안이 필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공=이정문 의원실]
[제공=이정문 의원실]

경제단체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

경제단체들은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는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중 갈등 심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뜻도 피력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8단체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금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이 확대될 시 기업이 우려하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면서도 “형법상 배임죄가 있지만 상법에도 특별배임죄가 있다. 상법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이 되는 특별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배임죄를 폐지하는 등 형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시 신뢰회복 출발 vs 미래성장의지 꺾어 

소액 주주들은 상법개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전하며 상법개정이 국내 증시 신뢰회복의 출발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더불어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도 해결되지 못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걸음은 상법개정이 될 것이라는 게 투자자 단체 측의 설명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내 증시 부진 요인 중 하나는 후진적 경영행태”라며 “상법개정의 핵심은 소액주주 권리 회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나아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라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단체의 과도한 반발은 마치 과거 5일 근무제를 처음 실시했을 때 나라가 망할 것처럼 우려했던 경영진들을 보는 것 같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초기 관리비용은 들겠지만 시장에 신뢰회복과 함께 긍정적 시그널을 준다면 그 비용 이상의 주가회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상법개정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트리거이자 ‘주주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사충실의무 개정은 시대의 요구로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장기침체 늪에 빠진 우리 주식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의 소송 남발 우려를 인정한다”면서도 “주주와 상생 공생하면 소송 대신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투자자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제학 및 경영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을 강화함에 따라 주가 부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망하는 쪽이 있는 반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책임이 오히려 미래 성장을 저해해 주가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배주주가 지분 6%, 10%를 들고 쪼개기 상장 등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혀왔기 때문에 상법개정이 필요하다”며 “경제단체가 말하는 소송남발 우려는 한 번에 받아서 진행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권익 상승으로 주가가 높아지는데 왜 성장을 저해할 것을 우려 하냐”며 “이사 의무대상이 전체 주주에게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만 특별히 추진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개정안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 하고 미국 현지 규제를 3분의 2정도로 낮추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의 상법개정안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인 만큼 이는 잘못됐다”며 “기업에 자율성을 주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는 결국 기업의 실적이 잘 나와야 오르는 것”이라며 “상법개정은 우리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고 투자를 저해해 미래 성장 의지도 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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