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을 앞두면서 해외 영토 확장에 본격 속도를 내오던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제공=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을 앞두면서 해외 영토 확장에 본격 속도를 내오던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제공=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을 앞두면서 해외 영토 확장에 본격 속도를 내오던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해온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환율 또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양대 축인 ‘K푸드’, ‘K뷰티’ 시장에는 그간 꾸준히 높여온 대미 수출 의존도가 되레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편관세·고환율 ‘이중고’에 제조원가 상승 우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보편적 기본관세’의 시행이다. 보편적 기본관세는 현재 평균 3%대인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집권 당시부터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부여하고, 타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10%~20%대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줄기차게 공언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미국으로 제품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FTA 체결국까지 포함해 관세 장벽을 높이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미국 내 판매되는 한국 기업산 제품들은 자연스레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고환율도 문제다. 트럼프 집권으로 인해 강달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지난해 초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돼 환율이 오르면 식품업계의 경우 밀가루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며, 화장품업계는 글리세린 등 화장품 원료 수입 과정에서 제조 원가가 상승해 추가 손해분을 떠안게 된다.

◆높아진 美의존도에 진퇴양난…현지공장 증설 움직임 속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과 전후방 산업을 포함하는 K푸드플러스 수출액은 130억3000만달러(한화 약 18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6.1% 증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중 대미 수출은 15억9290만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21.2% 증가하며 수출 대상국 1위에 올랐다.

이미 높아진 대미 수출 의존도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식품기업들은 일단 트럼프 정책 변수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미국 내 현지 공장 증설에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결국 미국 소재 법인과 공장만이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들이 인지도와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면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곳은 농심,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이다. 일단 냉동만두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 CJ제일제당 역시 사우스다코타 지역에 북미에서 가장 큰 아시안 푸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에 처음으로 대규모 제빵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CJ푸드빌이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생산 공장은 올해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곳에서 냉동생지, 케이크 등 베이커리 주요 제품을 연간 1억개 이상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뷰티 주역’ 인디 브랜드 울상…ODM업체만 반사이익

관세 폭탄, 환율 폭등이 현실화하면 K뷰티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 글로벌 시장 내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인디 화장품 브랜드들이 더 이상 이전만큼의 높은 성장성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화장품은 고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에서 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제조 원가 급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릴 경우 이익률 유지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초가성비’를 표방하는 중국산 제품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진다.

앞서 국내 화장품 업계는 정부에 향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시 화장품 품목이 지금처럼 무관세 품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 교섭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에 따른 국정 혼란이 이어진 탓에 화장품 품목 무관세 유지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이하게 웃을 수 있는 화장품기업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단 2곳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세를 피해 현지 공장에 직접 주문을 넣는 작업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유통업체별로 희비가 갈릴 수는 있지만, 관세 인상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워온 공약 자체는 미국 내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던 국내 기업에겐 전체적으로 악재가 맞다”며 “자동차나 반도체만큼의 직접적 영향은 아니겠지만 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다방면으로 대비책을 구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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