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출처=연합]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출처=연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 그간 K-푸드 열풍 속에 대(對)미 수출이 늘어난 국내 식품사들은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편 관세는 2.5%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정률 인상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 관세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지난 1일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는 25%,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장벽을 세우자 국내 식품사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간 K-팝,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상승한 130억3000만 달러(한화 약 19조1671억원)을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21.2% 증가한 15억9290만 달러(한화 약 2조3437억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는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하고 있지만, 매대 물량은 완전히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대형 유통채널 추가 입점 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현지 공장 부재로 보편 관세 부과 시 마진율 하락이나 가격 경쟁력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보편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결국 미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현지화 전략’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농심 등은 ‘관세 안전지대’에 있는 셈이다. CJ는 미국에만 21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에 7000억원을 투입해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다.

대상은 지난 2022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공장에서 대규모 김치를 생산 중이다. 풀무원은 1995년 LA에 두부공장을 준공했다. 풀무원USA의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기준 75%에 달한다. 2023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길로이 공장에 생면 생산라인을 증설하면서 ‘아시안 누들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심은 미국 라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5년 LA 공장을 건설했다. LA 공장은 용기면 3라인, 봉지면 2라인 등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연간 3억식의 라면 생산 능력을 보유 중이다. 미국 공장은 미국 내 판매를 비롯해 캐나다 시장도 두드리면서 아메리카 대륙 내 라면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이달 미국 텍사스주에 제빵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확정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고,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경제 협력과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SPC그룹은 오는 2027년 하반기 제빵공장 준공을 목표로 올여름에 착공한다.

김정현 KIET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편 관세 효과가 단순히 관세 장벽으로 인한 수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을 대체함에 따라 그 효과(국내 기업의 투자 유출)가 장기적 관점에서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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