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불과 10개월 전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리파이낸싱(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메리츠가 내민 '돌려막기' 동아줄에도 홈플러스는 막대한 부채비율에 쓰러졌다.

당시 홈플러스는 리파이낸싱 이자율을 양호한 조건으로 계약해 자금 운용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존 대출 차환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히면서 결국 회생절차에 직면했다.

회생에 따라 금융채권이 유예돼 현금이 쌓이게 되면 홈플러스 현금수지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종합적으로는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투자 엑시트를 계획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1조4000억원을 뛰어넘는다. 이중 메리츠금융그룹의 익스포저가 대부분이다. 약 1조2000억원으로 대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메리츠증권의 익스포저 규모가 6551억2000만원으로 개별 금융사 중 가장 많고 이어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2807억7000만원이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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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3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1조2000억원을 집행했다. 해당 대출은 차입금 재융자(리파이낸싱) 형태다. 리파이낸싱은 회사가 보유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 형태다.

리파이낸싱은 기업금융에서 흔히 일어나며 통상 재대출과 재융자 등으로 불린다. 당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맺은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메리츠 금융 3사에 담보로 제공했고, 해당 신탁계약은 홈플러스의 부동산 및 유형자산을 신탁재산으로 관리 중이다. 이 재산의 가치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리파이낸싱은 홈플러스에 동아줄로 작용할 것으로 당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를 통한 리파이낸싱을 통해 1조원의 유동부채를 상환했지만 금융부채 부담(약 2조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또한 당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엑시트(투자금 회수)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냈지만 기업회생에 봉착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최근 리파이낸싱·자산재평가를 통해 금융비용 경감과 기업가치 제고 등에 집중함에 따라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메리츠금융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MBK를 믿고 리파이낸싱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탁사의 담보가치가 약 5조원으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홈플러스의 모든 부동산은 신탁에 담보로 제공돼 있으며 메리츠금융은 해당 신탁에 대해 1순위 수익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이 추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일부에서는 메리츠금융 측이 이같은 상황까지 염두한 대출이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리츠 측이 해당 대출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모든 부동산은 신탁에 담보로 제공돼 있고 메리츠금융이 1순위 수익권을 갖고 있다”며 “수익권 행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와 무관하며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즉시 담보 처분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신평사 측도 "결론적으로 홈플러스가 어떻게 되든 메리츠는 담보권을 행사하면 연체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메리츠금융의 원리금 회수에는 보장되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메리츠 계열사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담보 처분에 대한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평사 측은 "홈플러스의 부동산·유형자산이 신탁재산이 담보가 된 만큼 이 부분이 유동화 될 시간은 필요하다"면서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인해 해당 대출 건전성 분류가 다시 판단 받게 되면 메리츠금융이 충당금이나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B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시장 레퍼런스 측면에서 메리츠가 겪어야할 부담이 있지만 메리츠 당사자가 감내할 일이므로 메리츠가 주주들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사전에 (경영난 극복 차원에서) 논의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 메리츠가 해당 담보를 어떻게 처분할 지가 관건"이라면서 "메리츠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 내린 11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5일 11만9300원으로 다시 올랐다.

홈플러스가 가진 금융 익스포저는 5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546억7000만원으로 익스포저가 가장 많고, 신한은행(288억8000만원)·우리은행(270억원) 순이다. 3개 은행의 익스포저가 1105억5000만원 규모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관련 대출 등이 없는 상태다. 이외 신용보즘기금(860억원), 서울보증보험(219억4000만원)도 보증 등과 관련해 적지 않은 홈플러스발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한편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을 투자해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매입했다. 유통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로 끝나는 회계연도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도 1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 부채비율은 1408%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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