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인도를 방문해 미래 성장 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본격화로 거대 시장인 인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현지 시장 지위를 다지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해 현지 R&D(연구·개발) 센터와 현지 생산 공장, 제품 판매 현장 등을 둘러보고 귀국했다. 

구 회장이 인도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LG그룹 회장이 인도를 방문한 것도 2004년 구본무 선대 회장 이후 21년 만이다.

구 회장이 이머징 마켓인 인도를 찾은 것은 소비·생산은 물론, R&D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해당 지역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읽힌다.

그는 가장 먼저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꼼꼼히 점검했다. 인도는 LG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벵갈루루에 위치, LG Soft India 법인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글로벌 R&D 거점인 인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살피고, 미래를 위한 글로벌 R&D 전략을 구상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LG화학(’96년), LG전자(‘97년), LG에너지솔루션(‘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30년 가까이 철저한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해 왔다.

인도를 찾은 재계 총수는 구 회장만이 아니다. 최근 1년 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모두 인도 땅을 밟았다.

지난해 인도 암바니가의 결혼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객과 촬영한 모습. [출처=웨이보]
지난해 인도 암바니가의 결혼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객과 촬영한 모습. [출처=웨이보]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Mumbai)를 찾아 현지 IT 시장 상황을 살펴본 바 있다. 당시 현지 법인 직원들과 만나 "치열한 ‘승부 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며 삼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도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회장의 경우 그해 10월 인도를 찾아 현대차 인도 법인(HMIL)의 현지 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차그룹 간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방문, 롯데웰푸드가 운영하는 주요 제과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신 회장이 인도를 찾은 것은 2016년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당시 뉴델리 방문 이후 9년 만이다.

이처럼 인도를 향한 국내 대기업의 구애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 규모가 자리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인 인도의 인구는 14억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25살 미만이 약 40%에 이른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내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인도로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대국 중 하나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무역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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