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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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부터다. 오는 4월부터 수입차에 관세를 매길 것이란 발언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써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기아와 한국GM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민관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날 방침이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긴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의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는 10%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세 나라에서 불법 이민자 및 마약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두 나라에서 온 제품에 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 및 이민 단속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양국을 향한 행정 명령이 한 달간 미뤄진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정 명령을 발효했다. 이전까지 북미 3국은 협정에 따라 무관세 무역을 해왔다. 이 때문에 관세 협박이 '블러핑(엄포, bluffing)'에 불과할 것이란 일각의 분석이 있었다. 미국은 이를 일축하고 동맹국에 관세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는 현실이 됐다. 미국 정부는 오는 4월 초, 자동차를 포함한 수입 제품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해당 계획 또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 폭등이 우세하다. 한 분석 기관은 캐나다와 멕시코 25%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될 경우 신차 가격이 9000달러(1300만원)~1만2000달러(1800만원)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오는 4월 발표할 시행령에 '수입 제품 관세 25%'를 명시할 경우, 미국 내 신차 가격도 최대 25% 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1600만대 중 절반이 수입산이었으며, 주요 부품 대부분이 미국 인접 국가 등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내 신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 내 신차 수요는 지난해 대비 12%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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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대(對)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중국(1330억달러)과 1, 2위를 다툰다. 전체 자동차 수출 규모 또한 708달러로, 우리나라 경제의 10%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 한국 공장의 미국 수출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한국GM 또한 생산된 신차의 9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증권가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5%가 현실화되면 현대차그룹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GM은 지난 2023년부터 수익성 감소로 비용절감에 올인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GM 수출길이 막히고, 14만명에 달하는 넘는 연관 근로자가 생계를 잃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와 민관은 이달부터 미국을 찾는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인연합회 등도 매달 1회 미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방미 시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와 주정부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상대국이나 기업이 미국에 도움이 될 만한 카드를 내밀 경우에 협의에 임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국가 차원 약속을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가 만족할 카드를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관세 부과 대상국이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관세조치 장기화 및 확대에 따라 추가적으로 세계 경제·교역이 둔화될 경우, 한국의 대세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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