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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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해 12월 말 발표된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하 정부 지원안)에 대한 주요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 긴급 과제'를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정부 지원안 발표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실행안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이번에 도출한 과제가 정부의 추가 지원 방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경협이 제출한 주요 과제는 △원가 부담 완화와 과세 감면 △경영환경 개선 △고부가가치 및 저탄소 전환 지원 등 3개 분야 13개 과제로 구성됐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전기요금 감면

지난해 10월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되며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주요 생산비 중 전력비용이 약 3.2%에 달해 전기요금 인상이 글로벌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주요 경쟁국들은 자국 내 제조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한경협은 정부 재원과 기금을 활용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대해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요청했다.

■위기업종 사업재편 과세이연 기간 연장

현재 정부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내에서 사업재편 관련 자산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4년간 유예한 뒤 3년에 걸쳐 납부하는 규정을 5년 유예 후 5년간 납부하는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경협은 석유화학산업 기업들의 자산 매각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영 위기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의 과세이연 기간 연장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현행 과세특례를 통한 법인세 감면 실적은 매년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해 입법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경협은 석유화학산업 등 위기업종 사업재편 시 관련 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사업 종료 시점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속한 사업재편 환경 조성

정부 지원안에는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M&A) 등 기업결합 심사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컨설팅과 산업부·공정위 공동 협의채널 운영이 포함됐다. 그러나 한경협은 석유화학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기업결합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시장 점유율 합계가 1위를 기록하거나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경우 기업결합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체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종 사업장 간 통폐합을 추진할 경우 규제에 막혀 사업재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경협은 공정거래법에 석유화학산업 등 위기업종의 사업재편에 따른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고부가·저탄소 전환 지원

범용제품 위주의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과 중동 지역과의 경쟁 심화로 고부가가치 및 저탄소 제품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경협은 오염방지·자원순환, 바이오화학,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현 신성장·원천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상향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사업화 시설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312%에서 1525%로 상향된다. 한경협은 이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일럿·실증 컴플렉스 조성 지원

석유화학산업은 파일럿·실증 컴플렉스를 통해 신제품과 공정을 검증하고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높아진 건축비로 인해 파일럿·실증 설비 투자 비용이 상승하며 초기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한경협은 정부 주도로 파일럿·실증 컴플렉스를 구축할 공용부지를 확보하고, 폐수처리 시설 등 생산 공정 보조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해 범용품 중심의 수출 의존형 성장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석유화학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재편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이 반드시 행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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