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호텔업계의 가격 인하 전략은 단기적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가치 중심 관광’에 대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가격이 아닌 경험으로 경쟁해야 할 시점으로 풀이된다. 메종 글래드 제주 전경. [출처=글래드 호텔앤리조트]
제주 호텔업계의 가격 인하 전략은 단기적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가치 중심 관광’에 대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가격이 아닌 경험으로 경쟁해야 할 시점으로 풀이된다. 메종 글래드 제주 전경. [출처=글래드 호텔앤리조트]

제주 호텔업계가 관광 비수기와 높은 물가 부담 등의 악재를 대응하기 위해 ‘객실 요금 인하’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일부 5성급 호텔조차 1박 10만원대 가격을 제시하며 수요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황금연휴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일부 제주 호텔들이 가격 인하 전략을 단기 회복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해비치 호텔은 지난달 기준 객실 평균 요금(ADR)이 전년 동월 대비 7만원 가량 하락했다. 호텔스컴바인 등 온라인 예약 플랫폼에서는 평일 기준 20만원대 요금이 제시되며 성수기 50만원 이상이던 수준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롯데호텔 제주 역시 지난 3월 ADR이 5%가량 낮아졌고, 같은 기간 객실점유율(OCC)은 9%포인트 감소했다. 현재 디럭스 패밀리룸은 1박 기준 20만~3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위트호텔, 메종 글래드, 제주신화월드 메리어트 등 5성급 호텔들도 1박 최저가를 10만원대 초중반으로 내린 상황이다.

한 제주 소재 호텔 관계자는 “객실점유율이 50%를 밑도는 특급호텔도 적지 않다”며 “가격 인하 없이는 객실 회전율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고급 브랜드 호텔(신라, 조선 등)은 가격 방어를 위해 ADR을 내리는 대신 OCC를 일부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금은 쉽게 낮출 수 있지만 다시 올리는 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뚜렷한 감소세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입도객 수는 약 181만명으로 전년 동기(약 206만명) 대비 12.3% 줄었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 수도 감소 추세다. 2월 말 기준 제주도 내 숙박시설 총 객실 수는 7만7963개로, 작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만 22개 숙박업소가 문을 닫았으며, 1335개 객실이 사라졌다.

호텔업계 측은 객실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맞물린 이중고라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광객 감소의 배경으로는 ‘높은 물가 대비 낮은 만족도’가 지목된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1일 여행 경비는 약 13만4000원으로 전국 평균(8만8000원)의 1.5배, 광주(6만3000원)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 여행은) 식비, 항공권, 렌터카 등 모든 항목에서 가격이 높지만 체감 만족도는 낮다”며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하락이 반복되면 제주 여행은 계속 외면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고부가 숙박서비스나 지역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격 인하만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광 소비는 체험형 콘텐츠, 지역 연계 서비스, 복합 문화공간 등 ‘가치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며 “ADR 인하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회전율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지역 연계 체험, MICE 유치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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