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호텔은 더 이상 ‘비싼 잠자리’가 아니다. 더위를 피하면서도 가족, 연인, 친구와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에어컨 속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 ‘어번 아일랜드(Urban Island)’ 전경. [출처=호텔신라]](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689_686342_578.jpg)
한여름 폭염 속에서 국내 호텔들이 만실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객들이 “밖은 너무 덥다”며 호텔에 갇히는 것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고급 숙소’가 아니다. 이제는 호텔 안에서 식사, 수영, 액티비티, 심지어 술까지 ‘올인원(All-In-One)’으로 즐기는 ‘신개념 실내 피서지’가 돼가고 있다.
먼저 호텔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뷰(전망), 조식, 가격이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면 최근에는 ‘올인클루시브(모든 게 다 포함된)’ 구성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롯데호텔 제주는 조식과 석식은 물론 풀카페에서 치킨, 피자, 자장면 중 2회 간식을 제공하는 패키지로 7월 판매량이 전달 대비 2배 뛰었다. ‘호텔에서 안 나가도 되는가’가 고객 선택의 중요한 척도다.
서울신라호텔 역시 투숙 기간 중 수영장 무제한 이용과 식음 바우처를 포함한 여름 패키지로 당초 예약 목표치(50%)를 초과 달성했다. “호텔 안에서 3박 4일을 보내는 패키지 수요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반응이다.
폭염은 이제 관광의 적이다. 장시간 외부 관광은 체력 소모가 크고,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이에 호텔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싶은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델피노, 쏠비치, 비발디파크 등 소노호텔앤리조트 계열 호텔은 객실+조식+간식+풀장+워터파크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통해 ‘호텔 안에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피서지’를 표방한다. 실제로 비발디파크의 패키지는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판매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민영씨는 “밖이 너무 더워서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호텔 안에서 수영도 하고 맛있는 식사까지 해결되니 하루 종일 밖에 안 나가도 된다”며 “오히려 이게 진짜 휴가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호텔의 구조적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객실 중심 시설 투자가 많았다면 최근엔 키즈존, 루프탑, 풀카페, 체험형 공간에 예산을 더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인클루시브는 원래 몰디브나 발리 같은 해외 리조트에서나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호텔들도 이 구조를 본격 도입했고, 올해부터는 기본 서비스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롯데호텔의 간식 패키지, 켄싱턴호텔의 체험형 콘텐츠, 조선호텔의 지역 특화식 패키지, 플레이스캠프 제주의 맥주 무제한 페스티벌는 모두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여름을 기점으로 호텔이 단순 잠자리 제공자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