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격타를 맞았음에도 되려 미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 제철소 투자를 확정한 데 이어, 기아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현대차·기아가 트럼프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를 줄곧 강조해 왔다.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늘리기에 나선 현대차·기아가 향후 글로벌 1위로 올라선 토요타와 같은 성공 가도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완성차 업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9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다.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이날 송호성 기아 사장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는 타스만이 아닌 다른 픽업트럭을 연구개발해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타스만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주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송호성 사장은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미국 시장 픽업트럭은 지금 검토 중"이라면서 "아무래도 라지 픽업트럭보다는 미드 사이즈 픽업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친환경 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미국에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 픽업트럭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추기 때문이다. 연산 50만대 수준의 HMGMA에서 40%가량은 기아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현대차그룹만큼 미국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완성차 제조사는 없다.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발표한 25% 상호관세 등 여파로 미국 시장 수출을 중단했다. 아우디 또한 4월 2일 이후로 미국 항구로의 선적을 중단했으며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폭스바겐 등은 미국 판매가를 인상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8조5000억원을 들여 미국에서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트럼프 관세 폭탄의 직격타를 맞았음에도 현대차·기아는 당분간 차량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오는 2030년, 연간 판매량 985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는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HMGMA 20만대 증설 역시 이같은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현대차·기아의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단일국가 기준 세계 두 번째 규모를 갖춘 시장으로, 현대차·기아가 강점을 보이는 친환경차 보급률이 중국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친환경차 전환이 잠시 느려졌지만, 결국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M), 토요타, 포드에 이어 판매량 '톱4'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는 여타 제조사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만큼,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간다.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210억달러(31조원)을 투자해 미국 내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자동차 공급망을 강화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인다. 또한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미국 사업 비중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내외 투자도 이어간다. 올해 국내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확정했다. 전기차 전환 및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 등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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