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 살리나 슈완스 피자공장 조감도 [출처=CJ제일제당]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 슈완스 피자공장 조감도 [출처=CJ제일제당]

미국의 한국산 식품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나온 이후 국내 식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생산 물량에 주로 의존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 악화 우려에 직면한 반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 결정은 국내 식품 업계의 미국 시장 내 입지와 향후 경쟁 구도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산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본 10% 관세는 이미 지난 5일부터 적용됐고 국가별 추가 관세는 오는 9일부터 차례대로 부과된다.

이번 상호관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국가 수출 기업들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K-푸드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K-푸드는 고유의 맛과 품질을 내세우면서 미국 시장 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사실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당장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과의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CJ제일제당과 농심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등 주요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 공장 20개를 보유 중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의 84%를 북미 지역에서 거뒀다. 지난해에는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오는 2027년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라면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미국 LA에 첫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22년 2공장을 가동했다. 지난해 11월 2공장에 신규 증설라인도 가동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은 소수에 불과하다. 경쟁자인 일본 기업도 현지에서 생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경쟁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양식품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삼양식품은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없이 물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당장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은 없지만,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법인과 함께 내부 TF를 꾸려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지역 다변화 등으로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전량 수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 가격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불닭’의 고가 라인 포지셔닝 정책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중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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