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을 앞질렀다. [출처=연합뉴스]
삼양식품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을 앞질렀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라면업계 빅3인 삼양식품과 농심과 오뚜기가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국내 라면시장 부동의 1위 농심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으며 오뚜기는 줄어든 라면 사업 이익을 카레 등 식품으로 대체하면서 현상 유지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73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442억원을 내며 133%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불닭 브랜드 인기가 확산하며 해외 수요가 급증한 것이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며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밀양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해외 매출 확대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4387억원으로 전년보다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1% 감소한 16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양식품의 절반 수준으로, 농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 2120억원에서 작년 1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시장 소비 둔화로 인한 판매촉진비 부담 확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재료비 증가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농심을 앞선 것은 1998년 전자공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매출은 농심이 삼양식품의 두 배를 달성했다.

그 사이 삼양식품과 농심의 시가총액은 3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삼양식품의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조1997억원, 농심은 2조122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호실적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외 납품하는 제품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만큼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 효과의 수혜도 입었다.

농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중국법인 등 해외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세계 각지로 공급하는 물량이 많은 편으로, 원재료 수입 시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늘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80%에 달하는 데 반해 농심은 내수 비중이 60%로 높아 국내 경기 불황에도 발목이 잡혔다.

라면업계 1위와 3위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작년 실적이 희비가 교차한 가운데 2위인 오뚜기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점쳐졌다.

금용정보 분석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뚜기의 작년 매출액 추정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3조5029억원이고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5.8% 감소한 2400억원으로 추산됐다. 작년 영업이익에 등락 폭이 컸던 삼양식품, 농심과 비교해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예측됐다.

오뚜기의 경우 전체 사업 부문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해외 수출 비중도 1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 등 라면 사업에서 받은 타격을 카레, 소스, 즉석밥 등 일반 식품 사업으로 보전하면서 실적 악화를 최소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면업계는 올해 공장 준공 등으로 해외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오는 6월 밀양2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해외 매출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2023년 68%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77%로 1년새 10%가량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등에서도 불닭브랜드 입지가 더 견고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해외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심은 내년 상반기까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 부산공장과 합쳐 연간 10억개로 현재보다 2배 늘어난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의 근본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녹산 수출공장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건립 계획은 미정인 상황이다.

한편 해외를 중심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면 수출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업계 측은 예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2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804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계속되면서 K-푸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니즈에 맞춰 업체들의 수출 물량 증대를 위한 국내외 생산시설 설립도 가속화 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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