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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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9일 재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자본시장에서 복수의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SK실트론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매각 검토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확보한 19.6%를 포함한 총 70.6%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17.9%의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극소수의 PEF 운용사를 상대로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 온 바 있다. 이 가운데 앞서 SK스페셜티를 인수한 한앤컴퍼니가 SK실트론 인수에도 적극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조건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SK그룹 측은 "실트론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12인치 반도체용 웨이퍼 전문 제조사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권에 랭크돼 있다.

2017년 SK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약 62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KTB PE와 우리은행 등 사모펀드 및 채권단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 당시 연 매출은 9331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1268억원을 기록, 2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155억원을 올리며 외형·수익성 모두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시장에선 현재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6조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는 SK그룹이 2017년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보다 5배 이상 오른 수치다.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SK㈜는 약 3조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이미 매각이 완료된 SK스페셜티 거래(약 2조6300억원)까지 더하면, SK㈜는 총 6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SK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갖추는 동시에, 지난해 말 기준 10조526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부채비율도 100% 이하로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매각은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중인 리밸런싱 전략과 맞닿아 있다.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인 것.

실제 SK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업 재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소재 중심의 전통 산업에서 벗어나 AI·바이오·친환경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며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이루는 게 핵심이다.

한편 SK㈜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06개의 연결 자회사를 정리했다. 흡수합병(SK E&S), 청산(팬아시아반도체소재), 매각(SK렌터카) 등으로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힘썼다. 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의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AI, 반도체 소재, 에너지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에 있다"며 "이번 실트론 매각은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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