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우성아파트[사진=이승연 기자]
잠실 우성아파트[사진=이승연 기자]

서울 강남권에서 총 3조원 규모의 대형 정비사업 시공권을 두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단독 입찰에 성공했다. 입찰 경쟁 없이 수의계약 체결이 유력해지면서 두 건설사는 강남 핵심 입지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시공사 공모에서 △송파구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은 GS건설이,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은 현대건설이 각각 단독으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두 사업 모두 삼성물산의 입찰 참여가 예고됐으나, 막판 철수하면서 사실상 단독 체제로 굳어졌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된 경우, 조합은 단독 입찰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최근 공사비 급등과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이 겹치며 경쟁 부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은 잠실동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아파트 2,860가구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는 1조 6,934억 원에 달한다.

이번 입찰은 시공사 선정 절차의 세 번째 시도이며, 앞선 두 차례에도 GS건설만이 단독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조합 측은 “향후 이사회를 통해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잠실뿐 아니라 성수 등 강남권 도시정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 개포주공 6·7단지와 함께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개포 5단지 전경.ⓒ개포 라인부동산
▶ 개포주공 6·7단지와 함께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개포 5단지 전경.ⓒ개포 라인부동산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한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은 강남구 개포동 185번지 일대에서 진행된다. 지하 5층~지상 35층 규모의 아파트 2,698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예상 공사비는 1조 5,319억 원에 이른다.

해당 사업은 지난 3월 1차 입찰에서도 현대건설만 참여해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에도 고급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앞세워 시공권 확보에 나섰으며, 미국 건축설계그룹 SMDP와 손잡고 설계 경쟁력도 강화했다.

조합 측은 “이른 시일 내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수의계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GS건설과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은 강남권에서조차 경쟁 없는 수의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사비 인상과 수익성 저하 우려로 인해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강화하는 대형사들이 늘면서 일부 알짜 사업장은 ‘무혈입성’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간 경쟁보다 안정성과 브랜드 선호도가 중시되는 분위기”라며 “수주전 패러다임 변화가 정비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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