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출처=HMM]](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2575_676864_5839.jpeg)
글로벌 해운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장은 물동량 부진, 지정학적 불확실성, 구조적 공급과잉이라는 복합 요인 속에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1304포인트로 전일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전주 대비로는 7.3% 하락하며 하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양국은 전날 대폭의 관세 인하에 합의하며 첫 담판을 마쳤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매겼던 상호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낮췄고, 중국도 보복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했다.
극단적인 관세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벌크선 시황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케이프사이즈 선형처럼 철광석을 주요 화물로 운송하는 시장에서는 운임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내 철강 시황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주요 원자재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지준율 인하 등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에도 철강 소비는 부진한 상황이다.
해양진흥공사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의 2분기 철강 수출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내수 공급 과잉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추가 경기 부양에도 회복이 더딜 경우 철광석 수요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컨테이너선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일 기준 1,345.17포인트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연초 2500포인트를 웃돌던 시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 3주간 소폭 하락세가 이어졌고, 현재는 공급 조절 효과로 보합권에서 횡보 중이다.
미주 노선에서는 일부 운임 상승이 나타났지만 수요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4월 중순 중국에서 선적된 화물이 5월 중순 미국에 도착하면서, 상호관세의 실질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5월 LA항과 롱비치(LB)항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각각 35%, 3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며, 입항 선박 수도 1~2주 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항로도 약세 흐름이 뚜렷하다. 운임은 4주 연속 하락 중이며, 북미에서 전환 배치된 선박으로 공급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별로 공급량을 줄이거나 소형 선박을 대체 투입하며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교역 시장의 불확실성은 해운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Maersk)는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1%에서 –4%까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협상이 일단락됐음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 선복 과잉 구조,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운하 통항 문제 등이 여전히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 질서 변화와 지정학적 요인, 공급 조절 능력이 해운시장 시황을 좌우할 것"이라며 "현재 흐름은 단기 반등보다 중장기 조정 국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