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 및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선정된 밸류업 우수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2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 및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선정된 밸류업 우수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기업가치 제고 공시(밸류업 공시) 시행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 가능성이 입증됐으나, 꾸준한 효과와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참여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95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백서’를 발간했다.

지난 22일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본 공시 147개사, 예고 공시 5개사 등 총 152개사가 참여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9%가 공시한 셈이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들의 지난해 주가 수익률은 4.5%로 미공시기업 대비 21.4%p 높았고, 코스피 지수 대비 14.1%p 상회했다.

특히 △배당금 총액 전년 대비 10.8% 증가(32.7조원)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각각 두 배 이상 증가(자사주 매입 18.7조원·소각 13.9조원) 등 주주환원 노력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은행주 저평가 해소가 두드러졌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1개월 전 은행주 시가배당률은 7.7%였으나 2024년 6월 은행주 시가배당률은 5.3%를 기록했다. 시가배당률과 무위험수익률 격차가 2% 내외로 주가 내재가치 범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강근희 KB금융 부장은 이날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KB금융의 우수 사례 발표에서 “2023년 말, 2024년 초 이후 KB금융의 주가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였다”며 “KB금융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준비해왔는데 이처럼 큰 변화를 보였던 이유는 시장과 꾸준히 소통하고 주주환원 등을 약속한 것이 효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밸류업 약속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KB는 환율 급상승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주환원을 꾸준히 하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준 것이 긍정적이었다”며 “개별 기업의 노력은 당연하고 여기에 금융당국, 유관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 및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2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 및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은행주의 저평가 해소는 있었지만 여전히 비금융 기업들의 저평가가 극심하고, 기업들의 절대적인 참여도 저조하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이날 세미나에서 “은행주 저평가 완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충실한 기초여건과 거버넌스 개선이 뒷받침 된다면 한국시장 밸류업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비금융 기업의 최근 PBR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대만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가장 낮다”며 “한국 기업은 PBR이 가장 낮고 수익성도 낮지만, 건전성 확보에 치중한 레버리지 활용도 및 저조한 배당성향으로 자본배치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PBR을 순자산·수익성·주주환원 요소에 의한 본질가치 대비 초과 시장가치비율(AVR)로 재정의 했을 때 한국 비금융 기업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상장 비금융 기업의 저평가를 완화는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고 본질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초 여건을 갖툰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저조한 주가수익률 보전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2023년 기준 10년 누적 주식수익률 성과가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기업이 52%에 달하지만 대규모 기업의 75%는 10년간 달성한 ROE 성과가 주식수익률 보다 높았고, 이중 39%는 ROE 성과가 주식수익률보다 연평균 10% 이상 웃돌았다.

그는 “밸류업 2년차에는 비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주주환원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특히 지배구조 개편 등의 과정에서 일반 주주 보호 등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문제에 대비한 법제적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백서에서도 중소기업으로 밸류업 공시 확산, 밸류업 지수 내 공시기업 비중 확대, 밸류업 인센티브 방안의 조속한 시행 등을 개선 필요사항으로 꼽았다.

현재 공시 참여는 주로 코스피 대형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코스닥 및 중소형주 기업의 참여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기업 수 기준으로는 전체 공시기업 중 14%에 불과해, 미공시 대형 계열사의 참여 확대 및 중소 상장사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에서도 실제로 공시에 참여한 비율은 높지 않아, 정책지수로서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향후 2026년 정기 변경 시에는 공시 참여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재구성해 지수의 상징성과 유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첫 번째 밸류업 정기 변경에서 밸류업 기 공시 기업에 대해서는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반면 편입 기업 중 공시를 안한 기업들을 우선 편출하는 방향으로 공시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사의 공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는 이미 발표됐으나, 제도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들이 주주환원뿐 아니라 장기적 투자와 성장성 확보를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투자 촉진 중심의 정책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김정영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세제 지원 인센티브 등은 밸류업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거래소도 세제 혜택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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