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출처=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출처=연합뉴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4조 달러 규모의 세금·지출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특별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던 머스크는 퇴직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법안을 "역겨운 괴물(disgusting abomination)"이라고 규정하고, 공화당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간) SNS X에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이 법안에 찬성한 이들에게 수치심을 느끼라"고 언급했다. 다음 날에는 "미국을 파산시키는 건 안 된다"며 "KILL THE BILL(법안을 막아라)"이라는 문구를 올리며 유권자들에게 의원들에게 항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단독 찬성으로 통과된 상태며, 현재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트럼프는 오는 7월 4일 의회 휴회 전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머스크의 격렬한 반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대규모 국방 지출 확대와 감세 조치를 포함하며,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도 4조 달러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특히 재정 강경파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랜드 폴(켄터키), 마이크 리(유타), 론 존슨(위스콘신)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법안 수정을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게시물들을 연이어 공유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중도 성향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은 복지 예산 삭감 등 추가 조정이 있을 경우 이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공화당 내부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전원 반대할 경우 공화당은 상원에서 단 3명의 이탈만으로도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머스크의 급격한 반발 배경으로는 전기차 및 그린에너지 관련 세금 감면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이번 법안에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기업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축소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가 머스크 측근인 자레드 아이작만의 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점도 양측 갈등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불과 며칠 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웃으며 회동을 가졌지만, 이후 전격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이번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내년 선거에서 모두 교체하겠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비판에 대해 "대통령은 이미 그의 입장을 알고 있다"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법안에 개선 여지가 있지만 머스크의 주장처럼 괴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머스크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법안은 8월까지 부채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머스크의 공개 반발로 처리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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