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국내 바이오 업계에 ‘인적분할’을 통한 독립 경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인적분할을 결정, 핵심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인적분할 결정이 조직의 전문성과 사업 효율성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지배구조 이슈와 경영권 방어, 그리고 글로벌 투자 유치 전략 등 복잡한 셈법이 담겼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파마리서치는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회사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는 투자사업에 집중하고 기존의 에스테틱(피부 미용) 사업 부문은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 맡게 된다. 

이번 파마리서치의 결정은 최근 바이오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인적분할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 형태로 분리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독자적 경영 체제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도 바이오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했다. 삼양홀딩스는 삼양바이오팜그룹을 신설법인 삼양바이오팜으로 분리해 독립 경영체제를 갖춘다. 삼양바이오팜은 항암제와 바이오 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본격 추진 중이다.

바이오 기업들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기업의 분할 방식에는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구분할 수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분할 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며 기존 주주는 신설 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이 없지만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 법인의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나눠 갖게 되어 지분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진행했지만 최근 몇 년간 물적분할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논란이 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인적분할로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핵심 이유 중 또 하나는 ‘경영권 방어’다. 인적분할 시 모회사와 신설회사 양쪽 모두 기존 주주들이 동일한 지분율로 소유하기 때문에 경영권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처럼 소수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안정적 지배권 유지를 위한 전략인 셈이다. 

동시에 주주친화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 이후에도 두 회사의 성장 성과를 모두 공유할 수 있어 장기 투자 유인이 커진다. 최근 기관투자자와 개인주주의 주주권익 요구가 높아지면서 인적분할은 ‘주주 친화 카드’로도 여겨지고 있다.

또 바이오 산업은 기술과 자금이 많이 투여되는 만큼 각 사업부문의 독립경영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만들어준다.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유치·인수합병(M&A)·상장 등 자본시장 전략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단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임상 등 장기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독립 경영체제 하에서 자금조달과 파트너십 유치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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