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지분 소각 결정이 사실상 '빚 던지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MBK파트너스의 지분 소각 결정이 사실상 '빚 던지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지분 소각 결정이 '책임지는 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K는 최근 보통주 2조5000억원어치를 전량 무상소각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현금 유출이 없는 장부상 정리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는 이번 결정을 통해 최대주주로서 손실을 감내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실제 부담은 남아 있다. 

홈플러스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1500억원과 고금리 차입금 등 약 2조원이 넘는 실질 부채는 여전히 인수 희망자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실제 국민연금 등 주요 RCPS 투자자는 2015년 약 6121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약 3131억원을 배당·리파이낸싱으로 회수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홈플러스 RCPS 부채 잔액이 1조6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남은 RCPS 잔액은 약 1조1000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금융권 순차입금 약 2조144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메리츠증권 등에서 조달한 1조2167억원이 고금리(약 8%)에 달한다. 

RCPS는 회계상 자본 항목으로 처리됐지만 국민연금 등 외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실질 상환 의무가 있는 '숨은 부채'다.

특히 MBK는 이번 과정에서 RCPS 조정은 손대지 않고 가치가 사실상 소멸된 보통주만 정리했다. 

MBK가 설립한 SPC(한국리테일투자)가 소유하던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로 이전하면서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는 RCPS 자체에 대한 상환 구조 변화는 아니기 때문에 RCPS 투자자(국민연금 등) 조건은 변경되지 않는다. 

즉, MBK는 RCPS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 변경 없이 RCPS의 회계적 분류만 변경했고 실질적인 상환 책임이 존재하는 RCPS 자체는 인수자에게 그대로 남게되는 구조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리스부채를 포함하면 홈플러스의 장부상 총 부채는 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리스부채를 제외한 금융권 순차입금과 RCPS만 합쳐도 약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BK의 결정을 '부담 떠넘기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회생을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지분 정리를 마친 뒤 인수자에게 고금리 대출과 RCPS를 포함한 재무 부담을 고스란히 넘기는 전형적인 금융투자회사의 퇴장 방식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진정으로 책임을 지려 했다면 RCPS 정리와 금융권 차입금 해소가 선행돼야 했다"며 "보통주 소각은 이미 가치가 없는 자산을 털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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