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출처=연합]
홈플러스 [출처=연합]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지 3개월여 만에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에 나선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유 지분 전량을 무상 소각하면서 회생과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6816억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를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보호와 직원 고용안정, 채권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가 전 M&A를 승인했다. 매각주간사는 조사위원 역할을 맡아온 삼일회계법인이 지정됐다.

인가 전 M&A는 종전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해 이를 새로운 인수자가 사는 형태로 진행된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보유한 2조5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모두 무상소각하기로 하면서 새 투자자가 투입하는 자금은 전액 홈플러스 재무구조 개선과 채권 변제에 쓰일 예정이다. 자산(6조8000억원)이 부채(2조9000억원)보다 많은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소각해 인수 여건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즉 인수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인가 전 M&A는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식은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후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이를 수용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하는 구조다. 법원은 조건부 인수계약 체결부터 공개 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 선정까지 약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통매각’ 우선 원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따로 떼어내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전체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관건은 원매자 여부다. 현재 인수군으로는 네이버, 농협, 쿠팡, GS, 한화,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거론된다. 다만 뚜렷한 원매자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경쟁 심화와 소비심리 위축, 매각 가격 산정 문제 등이 변수로 꼽힌다. 특히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 입지가 약화된 점도 악재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형마트 2위권 점유율과 수도권 핵심 상권에 대형 점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유통사 대신 리츠·사모펀드 등 대형 투자금융사가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 대부분이 상업지 대형 부지라는 점에서 부동산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실제 홈플러스 노조 측은 “청산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실질 자산인 부동산 가치만 보고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모펀드가 다시 인수할 경우에도 기대는 크지 않다. 사모펀드는 통상 단기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추가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수익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전포인트는 매각가다. 매각가는 청산가치인 3조7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인수대금은 청산가치 보장 원칙에 따라 이를 상회하는 금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청산가치 이하로 매각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가치와 상표 가치, 점포 운영권 등을 고려해 1조~2조원대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인가 전 M&A로 가는 것은 시기상 불리하지 않다”면서도 “실질적 투자 의지와 유통시장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는 원매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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