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출처=삼성전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출처=삼성전기]

국내 양대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고부가 중심 기반의 수익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에, LG이노텍은 스마트팩토리 중심의 AI 기술 공정과 디지털키 솔루션에 승부수를 던지며 사업 체질을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23일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고성장 중인 AI 서버,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등 '더블에이(AA)'용 MLCC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며, 반도체에 정제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서버·전기차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MLCC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최근 AI·전장 수요 확대에 따라 해당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13배 이상, 자율주행차(레벨2 이상)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5배 이상 많은 MLCC를 필요로 한다.

실제 AI 서버에는 최대 2만8000개의 MLCC가 탑재되며, 전기차에도 평균 2만~3만개의 MLCC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를 확보하며 선두권을 형성 중이다. 전장용 MLCC의 경우 중국 BYD를 포함해 5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전기의 목표는 올해 전장 및 AI 서버용 MLCC로만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원·부산 연구개발 및 원료 생산기지, 중국 톈진·필리핀의 대량 생산라인을 연계해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구축 중이다.

회사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 라이다 등에 특화된 MLCC 제품군을 확대하며 서버·전장용 매출 비중을 지난해 26%에서 올해 30%, 2026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기 이민곤 MLCC 제품개발 상무는 최근 세미나에서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ADAS의 알파벳 A를 따 더블에이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아동 감지(CPD)'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아동 감지(CPD)'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LG이노텍]

LG이노텍은 차량통신모듈,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중심으로 전장 부품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2021년 첫 제품 출시 이후 기술 고도화와 고객사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 부문을 연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주력 제품인 디지털키는 BLE(저전력 블루투스)와 UWB(초광대역)를 복합 적용해 무선통신 안정성과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LG이노텍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3D 고정밀 측위 알고리즘을 탑재해 스마트폰 위치를 10cm 이내 정밀도로 감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전면에 접근하면 프론트 도어만, 후면에 접근하면 트렁크만 자동 개방되는 정밀 제어가 가능해졌다.

AI 기반 정밀도는 기존 대비 30% 이상 향상됐으며, 유럽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아동 감지(CPD) 기술도 함께 탑재해 규제 대응력도 확보했다. 이 기능은 차량 내 아동의 미세 호흡까지 감지 가능한 레이더 기반 기술로,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차량 접근 시 자동으로 도어를 열고, 트렁크를 개방할 수 있어 카셰어링·렌터카 시장 공략에도 적합하다.

여기에 LG전자 '씽큐(ThinQ)'와 같은 가전 플랫폼과의 기술 접점도 열어두며 자동차와 가전을 아우르는 커넥티비티 생태계 확장도 타진할 방침이다. 특히 UWB 기술을 매개로 한 협업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남형기 Connectivity개발실장은 "기본적으로 UWB 레이더를 사용하면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전 쪽에서도 레이더 기능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며 "기존의 60GHz RoA용 레이더와 UWB 레이더를 병행해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국 전장부품사업부장(전무)은 "차세대 디지털키는 LG이노텍의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혁신 부품"이라며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전자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AI·전장 부품 중심의 미래 먹거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라며 "AI 서버, 자율주행차 등 수요가 느는 신산업 트렌드에 맞춰 MLCC와 디지털키를 핵심으로 한 기술 차별화를 앞세우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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