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경.[출처=EBN]
서울 여의도 전경.[출처=EBN]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권의 '이자놀이' 관행을 강하게 질타한 이후, 금융당국이 전 업권 금융 협회장들을 긴급 소집해 생산적 투자 확대를 논의한다. 대통령의 공개 경고 이후 사실상 첫 대응인 이번 간담회는 금융권의 자금 흐름을 부동산 중심에서 미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공고히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금융 업권 협회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애초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지난 24일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며 "국민경제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금융기관의 역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권이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영업 모델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 벤처,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부문에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는 특히 인공지능(AI), 첨단 벤처, 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을 중점 투자 분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구상 중인 '100조 국민펀드' 계획도 이번 간담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다. 이 펀드는 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전략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되며, 5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기금을 모펀드로 설정하고 금융권과 일반 국민의 민간 매칭을 통해 규모를 100조원까지 확장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서 관련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최근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공급 여력을 대폭 줄였다. 6.27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대출 총량이 반토막 수준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기업대출이나 벤처투자 등 대체 수익원을 모색할 유인이 커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금융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회복 과정에서 자금 애로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정책금융이나 저금리 대출을 통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편, 금융권 내부에서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높은 위험가중치로 인해 자본비율 부담이 커, 적극적인 여신 확대가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을 개편해 기업대출 및 벤처투자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부동산 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하고, 정책 펀드 및 벤처투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향후 금융권 의견 수렴과 제도 정비를 거쳐 관련 방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권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 정부 금융정책의 방향성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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