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한미 간 통상 관세 협상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들며 막판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동에서 MASGA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우리 협상단에 합류해 추가 투자 및 협력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MASGA를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 기술 협력, 금융·보증 지원 등을 포괄하는 산업 협력안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10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 농산물·데이터 시장 개방 등 패키지형 제안을 함께 제시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MASGA는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닌, 한미 간 전략산업 협력과 중국 해양 패권 견제를 함께 겨냥한 맞춤형 외교 카드로 평가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의 조선 기술력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이자 고도화된 조선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파트너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전략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이 협력 구상의 중심에는 한화그룹이 있다. 한화는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현 한화필리십야드)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하며,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현재 이 조선소는 시설 투자와 현지 인력 교육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연간 1~1.5척 수준인 생산능력을 향후 1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협력건조 체계를 구축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조선사가 LNG선을 수주한 것은 46년 만으로, 수주는 필리조선소가 맡고 실제 건조는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가 담당하는 ‘수주-하청’ 구조다. 미국 현지 언론도 "이번 수주는 미국 해양산업 재건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실은 한화오션 외에도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함께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조선업 협력 방안을 조율 중이다.

앞서 협상을 마무리 지은 일본은 미국과 총 55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조선업도 주요 투자산업으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과 기존 인프라 현대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대미 전략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MASGA가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 교두보이자 미국 해양력 재건의 실질적 파트너십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이 외교·안보 이슈와 결합해 전략산업으로 격상되는 데 기대감이 크지만, 기술 유출이나 과도한 투자 부담 등의 리스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불확실성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조선업이 단순 수출산업을 넘어 전략 외교 수단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며 "관세 장벽 완화와 MASGA가 결합되면 조선 산업의 글로벌 재편 구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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