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관세 협상 타결에 이르렀지만, 공식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기로 하면서 양국 간 해석 차이에 대한 우려가 일본 내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유력 언론은 2일, 이 같은 상황이 향후 무역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무역 협상 마무리 이후 공동 문서를 작성하지 않는 방안을 고수했다. 협상단을 이끈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전날 TV 프로그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성격상 문서가 존재하면 이를 빌미로 일본에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며, 합의문 없이 구두로 합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문서 작성에 집착할 경우 미국의 관세 인하 조치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언론은 필리핀, 베트남 등 다른 관세 협상국들도 미국과 별도의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의 판단이 외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양국의 발표 내용에서부터 드러났다. 미국은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64조 원)의 투자를 전액 출자 형태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투자액 가운데 1~2%만이 출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투자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농업과 방위산업 교역 분야에서도 양측 설명은 상이하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규모, 일본의 무기 도입 계획 등에서도 양국의 발표는 서로 다른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 시점조차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업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공동 문서가 없다는 건 최종 합의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남겨둔 잠정적 상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향후 일본이 미국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견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의미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을 통해 "양국 간 합의문 부재는 협상의 불투명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토추상사 하치무라 쓰요시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진단했다.

일본 금융업계에서는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 관계자는 "기업에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중소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며 "민관이 협력해 미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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