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진열된 쌀. [출처=연합]
마트에 진열된 쌀. [출처=연합]

한·미 관세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지만 농산물 검역 등 비관세 장벽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농산물 검역 등과 관련해 추가 협의가 더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단 수석대표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지 브리핑을 열고 "미국 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을 포함해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추가 협의 내용까지 일단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우리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축소와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농업인 단체 6곳으로 구성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앞서 성명을 통해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에 관해서는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며 "농업계와 소통하며 책임 있는 협상을 계속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검역 절차 개선 협의에 대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검역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라는 표현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인 역량 제고를 강조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도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은 이미 시장이 개방돼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다.

농산물 수입 검역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병해충 위험 평가, 위험 관리 방안 작성 등 8단계로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으로 농산물 수입 검역 절차를 정하고 있어 일부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없고, 다른 과일의 위험관리 방안을 대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작년 '금(金)사과 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과 수입 요구가 거셌을 때도 검역 절차가 완료된 국가가 없어 사과를 수입하지 못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지난 1993년 신청한 사과 검역은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에 머물러 있다.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선 한미 정부의 발표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 염려의 목소리도 가시지 않지만, 정부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자동차와 쌀과 같은 미국 제품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한미 통상 협의에서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1일 브리핑에서 "개방 폭이 더 늘어나는 것은 없다"고 말했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구 부총리도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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