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추진하던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 협상이 모두 무산되면서 저축은행 업권 자율 구조조정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상상인, 페퍼저축은행 사옥. [출처=각사 제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341_690618_1457.jpg)
저축은행 업권 재편이 한걸음 더 멀어졌다. OK금융그룹이 추진하던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 협상이 모두 무산되면서 저축은행 업권 자율 구조조정에 제동이 걸렸다.
당국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에도 업권 내 구조조정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이 진행하던 페퍼저축은행 인수 건도 완전히 결렬됐다.
OK금융은 지난 3월부터 페퍼저축은행 실사를 진행하며 가격협상을 벌였으나 양측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모회사인 호주 페퍼그룹은 최근 협상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OK금융이 추진하던 페퍼저축은행 인수 건은 완전히 백지화됐다.
이는 지난달 말 무산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이어 두 번째 좌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인수절차를 밟아왔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전환사채(CB) 등 고위험 자산 평가에서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과 페퍼 모두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거래 성사까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선 OK금융의 두 저축은행 인수 불발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OK금융의 상상인·페퍼 인수 추진은 그간 닫혀 있던 업계 내 M&A의 신호탄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지속되며, 저축은행 매물에 관심이 저조한 상황 속에서 저축은행업에 정통한 금융사가 인수합병에 앞장섰다는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M&A 규제를 완화한 이후 이뤄지는 첫 대형 거래로 주목받았다.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의 질서 있는 정리와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 건전성 제고를 위해 2년간 M&A 허용 대상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과 관련해 동일 대주주의 보유 제한을 기존 2개에서 최대 3개까지로 완화했다.
2년간 한시적으로 M&A 허용 대상을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또는 BIS 비율 11% 이하인 은행까지 확대했고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업 이해도가 낮거나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사모펀드(PEF)보다, 업권에 정통한 금융사가 인수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한 결과였다.
이처럼 당국이 저축은행 M&A 물꼬를 터줬지만 업계 구조조정 향방은 안갯속이다.
시장에서는 OK금융 인수 무산이 향후 저축은행 M&A 환경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 인수자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애큐온, JT, OSB 같은 20위권 이내 '잠재 매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매물 규모가 클수록 리스크 평가와 가격 협상이 더욱 까다롭다는 것을 체감하게 해줬다. 자산규모 기준 페퍼저축은행은 업계 7위, 상상인저축은행은 10위에 위치해있다.
저축은행 매물은 보통 업계 내 지위, 수익성, 자본과 건전성 등을 모두 고려해 기업가치가 산출된다. 앞서 매각된 저축은행 사례를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9~1.4배 수준에서 몸값이 정해졌다.
그러나 OK금융이 두 저축은행의 실사 후 적용된 PBR은 상상인저축은행이 0.5배, 페퍼저축은행이 0.7배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도자 입장에선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두 회사 수익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헐값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2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페퍼저축은행은 2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1년 전(-379억원)보다 적자폭은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시장 악화와 타 업권 대비 높은 영업 규제 탓에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OK금융의 연이은 실패는 구조조정의 난이도를 한층 높일 것"이라며 "사모펀드의 경우 재매각 가능성을 고려해 가격 협상에서 더 보수적으로 나설 수 있어, 향후 새 주인을 찾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