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일터에서 죽어선 안 된다." 근로자 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 4년을 향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는 매일같이 목숨을 잃고 있다. 사고의 양상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는 관행은 곧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EBN산업경제>는 이번 기획을 통해 안전이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출처=삼성물산]
[출처=삼성물산]

600여명. 지난 한 해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근로자 수다. 기업은 사고 발생 때마다 재발 방지와 안전 경영을 약속하지만, 현장 사고는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규정하고, "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업재해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산재 고리의 끈을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안전보건 경영'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주관 '2025 안전간담회'에서 '안전보건 모범사례' 기업으로 선정되면서다. 잇따른 근로자 사고로 흔들리는 건설업계가 삼성물산의 사례를 '안전경영 나침반'으로 삼아, 안전 관리 강화와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개최된 '2025 안전관리 간담회'에서 "삼성물산은 작업 중단에 따른 하청사 손실보상제를 통해, 끝단에 있는 노동자들의 위험 개선 요구가 스스럼없이 제기되고 즉각 개선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정착시켰다"고 밝히며, 기업의 안전경영을 높이 평가했다.

◆ '작업중지권' 제도화, 현장 안전 높인 배경

삼성물산의 안전경영이 높게 평가받는 배경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2021년부터 현장 노동자가 위험 요인을 인지하면 곧바로 신고하고 '작업중지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권리로, 산업재해 위험이 급박할 경우 근로자가 즉시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사업주는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으며, 안전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작업을 재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이를 단순한 '법적 권리'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문화로 안착시켰다. 위험이 신고되면 전담 조직이 2시간 내 개선을 완료하고 결과를 공유한다. 위험 요인을 발견한 노동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해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안전은 개인의 몫이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 CSO 협의체와 ESG위원회까지…전사적 안전관리

이외로도 삼성물산은 독립적인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두고 체계적인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각 부문별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해 CSO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주요 위험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 4개 부문 CSO가 참여하는 'CSO 협의체'를 운영해 분기별로 안전보건 활동 실적과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점검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CSO에 보고해 신속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체계도 갖췄다.

이사회와 ESG위원회 역시 안전경영을 직접 모니터링한다. 2021년부터 매년 초 안전보건 방침과 예산, 시설 현황, 성과와 계획을 포함한 종합 관리계획을 승인해 왔다.

ESG위원회는 분기별 안전보건 KPI를 보고받아 논의하며, 안전지표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 평가와 보상에 직접 연계된다. '안전이 곧 경영성과'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EBN과의 통화에서 "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과 교육·문화 확산을 통해 임직원과 협력사, 근로자 모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삼성물산은 호반건설과 함께 '2025 안전관리 간담회'에 참석한 상위 20대 건설사 중 대표로 안전관리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비공개 브리핑으로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산업재해 근절 △협력사 상생 △근로자 권리 보장 △안전투자 확대 등이 주요 안건이었던 만큼 이 같은 부분이 강조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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