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출처= EBN 김남희 기자]
사진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출처= EBN 김남희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업계 금융소비자보호 관행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삼성생명 회계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며 빠른 시일 내에 조치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보험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에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업무 전반에 반영해 주시길 바란다"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찬진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상품 설계부터 소비자 보호 관점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상품 설계부터가 소비자 보호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가 불완전판매에 따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정부) 의료체계(건강보험재정)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심사하는 단계부터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책무구조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 [출처=EBN 김남희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 [출처=EBN 김남희 기자 ]

감독과 검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엄중히 시장을 살피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현장점검을 통해 상품 개발 내부통제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하고 최고경영자에 책임 묻을 정도로 불완전판매를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분쟁 조정 자체를 강제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금감원 전체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보험 영업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IFRS17 시행 이후 보험사 간 판매 경쟁 과열, 상품쏠림 심화가 불완전판매, 부당한 보험갈아타기, 보험료 인상 구조가 형성되면서 소비자에게 과도한 보험료 인상 등이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 판매 단계에서의 불완전 판매를 시정하기 위한 부분들이 강화될 방침"이라며 감독 강화를 하겠다고 시사했다.

이 원장은 보험시장의 △과도한 보험 판매수수료 지급 △고액의 정착지원금이 오가는 설계사 스카우트 △GA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영업 등 지목하면서 보험시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위해 행위자 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 계획도 추가로 밝혔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는 분쟁 조정 자체를 강제하는 것으로, ‘소액’ 금융분쟁에 한해 분조위의 조정안을 금융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는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해 소비자의 권리를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국정과제로 꼽고 이행과제를 검토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기구의 본질적인 미션이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공감하고서 이 부분에 방향성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조만간 더 구체적인 방향을 보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거론되고 있는 삼성생명 회계 문제에 대해서는 이 원장은 "잠정적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저희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한 보험사의 사례를 공개석상에서 바로잡겠다고 선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원장은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 이슈는 그간 업계 관행, 과거 지침, 현행 IFRS 회계기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슈처리를 미루거나 임시적으로 봉합하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IFRS가 아니라 예외적 방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이 잘못됐고 빠른 시일내에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앞서 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등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의 지분 회계 처리에 대해 비판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은 15.43%로 지분법 적용 기준(20%) 미만이지만,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원칙대로 IFRS17을 적용하면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은 보험계약 부채로 평가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시가 약 35조원)의 미실현이익 중 일부를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2분기 말 계약자지분조정 규모는 8조9458억원이다. 

만약 이 부분이 IFRS17을 따라 보험계약부채로 평가되면 삼성생명은 자산 상당부분을 부채로 내놔야 한다. 

이에 생보업계는 IFRS17을 반영하면 상장사인 삼성생명에 대한 재무제표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실현이익 때문에 감당해야할 회계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2022년 금감원은 기준서상 ‘일탈 조항’을 근거로 기존 처리 방식(계약자지분조정)을 허용했다.

하지만 회계기준원과 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삼성생명의 IFRS17 일탈 회계처리를 지속 허용할 경우 국제 회계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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