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한 공사현장, 기사와 무관.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754_695713_5823.jpg)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가 현장 근로자 사고 발생률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패널티'에만 목적을 둔 게 아닌, 건설환경까지 고려한 정책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현장 사망자 비율을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건설업계가 이 같이 입을 모았다. 현장 근로자 사고 발생률을 감축시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업계가 느낄 부담도 고려해주라는 게 대화의 핵심이다.
◆ 고용부 "사망자 비율 2030년까지 0.29명으로 감축 목표"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0.39명에서 2030년 0.29명으로 감축하겠다는 내용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전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이득이 되는 현 구조를 개선고자 고강도 제재 수단을 마련했다"며 새 대책의 목적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는 고용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이 신설된다. 최근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등록말소 대상이 된다. 등록이 말소되면 해당 기업은 신규 사업과 수주, 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전면 중단된다.
영업정지 요건도 강화된다. 기존 '동시 2명 이상 사망' 조건에 '연간 다수 사망' 항목을 추가하고, 사망자 수에 따라 현행 2∼5개월인 영업정지 기간도 확대된다.
아울러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영업이익 산출이 어려운 공공기관이나 적자를 기록한 법인도 최소 과징금이 적용된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법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산업안전을 전체 법인의 책임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 "환영하지만…구체적 시행 기준 필요"
새 대책과 관련해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시행 과정의 불투명성에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산재 발생 시 영업정지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록 취소 △외국인 고용 제한 등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패널티'만 부각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입찰 제한 강화가 시행되면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있는 기업은 사실상 대형 공공공사 참여가 어려워진다"며 "사고 없는 것이 최선이지만, 구체적인 시행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불투명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컨대, 사고 발생 시 해당 연도 입찰만 제한되는지, 아니면 차년도까지 적용되는지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사비와 공사 기간 산정에 안전 요소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점은 과거보다 진전된 부분"이라면서도 "민간 부문에서는 공사비 상승이 곧 분양가 인상과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이는 공공 부문은 예산을 통해 안전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민간 사업장은 직접 부담을 져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에서도 안전비용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기금 확대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리 인하 같은 금융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우수 기업에 대한 보상이나 혜택이 전혀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다만 업계는 "패널티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민간 부문 지원책을 병행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는 제재 강화에 그치지 않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안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