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240_697493_4328.jpg)
‘자사주 의무 소각’이 핵심 내용으로 담길 상법 3차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될 경우 주가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보유 기업들이 법제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주사의 경우 아직까지 제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법제화 방향에 맞춰 대응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상장기업 자기주식 운용 실태와 제도 변화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이 강제로 소각해야 하는 자사주 규모가 7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보유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5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사주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교환사채 발행이나 우호 지분 교환에 활용하거나, 제3자인 '백기사'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발행(유통) 주식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등 주주환원 효과가 있어 그동안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자사주의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에 따라 일부 상장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자사주 취득은 18.8조원, 자사주 소각은 13.9조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자사주 취득은 19.0조원, 소각은 18.8조원으로 연간 기준 지난해 기록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지주사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규모기업집단 내 상장 일반지주회사 34개 중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30개 지주사 중 새정부 출범 이후 이달 23일까지 자사주 관련된 대응에 나선 곳은 △HL홀딩스 △LG △LS △롯데지주 △삼양홀딩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티와이홀딩스 △하림지주 8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자사주 소각 공시는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처분 관련 공시가 4건이었다. 처분 방법은 제3자 투자자에게 매각,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계열사에 자사주 처분, 임직원에 자사주 지급 등 다양하게 발생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자사주 500만주 장외 처분과 500만주 소각 결정 모두 공시하기도 했다.
지주사들이 아직까지 자사주 관련 대응에 미온적인 이유는 국회에 계류된 자사주 관련 상법개정안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영향이다. 김남근 의원안의 경우 신규·기보유 자사주 모두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한다는 내용이지만, 차규근 의원안은 신규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 기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5년 이내 소각이다. 김현정 의원안은 신규 자사주는 즉시, 기본분은 6개월 내 소각 내용을 담았고, 민병덕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소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규 취득과 기존 보유분 자사주에 대한 소각 시한, 예외 인정 범위 등에서 발의 법안들 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사주 소각에 대한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주사 입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주사들이 자사주 의무 소각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 임직원의 보상으로 활용, 교환사채 등 종류주식 발행이다.
경영계에서는 자사주가 줄어들면 자본금 감소에 따른 재무구조악화,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 등의 경영상의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어 자사주 의무 소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주목하면서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주사 종목 중에서도 선별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지주사 30개 종목 중 19개 종목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5일까지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원익홀딩스(158.72%), CJ(35.89%), HD현대(34.63%), 효성(33.59%), OCI홀딩스(32.59%), SK(28.21%) 등이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28.54%), 한진칼(-28.17%), 하림지주(-10.67%), HDC(-6.82%), 동국홀딩스(-6.42%) 등은 약세를 보이는 등 지주사 간 주가 등락률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지분 구조와 재무 상황에 따라 소각, 제3자 처분, 임직원 보상, 종류주식 발행 등 옵션을 조합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느 한 방법만 전적으로 선택하는 극단적 사례는 드물고 현실적으로 복수의 수단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 중임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지주회사들의 자사주 대응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직결되는 자사주 소각이나 자사주 활용 임직원 보상을 적극 실행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주가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경영권 방어, 자금조달이 아닌 시장의 기대감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의 목적으로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보수적으로 선별해야 한다”며 “과거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 이행 이력이 있는 기업이 추가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