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아비커스의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이 적용된 에이치라인해운 선박. [제공=HD현대]](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937_700539_118.png)
국내 조선 ‘빅3’가 AI 자율운항 기술을 핵심 축으로 조선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운항과 스마트십 기술을 앞세워 일본과 유럽을 추월, 조선기술 강국으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정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정부와 손잡고 ‘K-조선 얼라이언스’를 가동한다. 자율운항·친환경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 협력체는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민간 공동 전략의 일환이다.
‘K-조선 얼라이언스’는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기술 협력체계를 공식화해 AI 기반 자율운항선박, 무인 조선소 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한다. 이는 조선산업을 제조 중심에서 AI 기반 해양 솔루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HD현대는 자율항해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앞세워 글로벌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선박의 항해장비와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최적 항로와 속도를 결정하는 지능형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은 그룹 사내벤처 1호로 출범한 아비커스(Avikus)에서 출발했다. 아비커스는 2022년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 자율운항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IMO 자율운항 기준 2단계(Level 2)에 해당하는 하이나스 컨트롤을 상용화했다.
최근 ‘가스텍 2025’에서 연료 절감 효과 및 온실가스 배출 개선에 대해 미국선급협회(ABS)와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아비커스는 현재 3단계(완전 무인 원격제어)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7년 완전 자율운항(Level 4)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7척, 에이치라인해운 대형선 5척 등 총 25척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 연구 선박 '시프트 오토'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937_700540_138.jpg)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SAS’ 플랫폼은 항로 설정, 충돌 회피, 운항 효율을 통합 제어하는 AI 자율운항 시스템으로, 실제 해상 실증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SAS는 센서, 레이더, GPS, 카메라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 분석해 해상 상황을 인식하고 항로를 자동 설정한다. 충돌 가능성을 사전 예측해 회피 경로를 결정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자율운항 관련 특허를 200건 이상 확보했으며,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공동 실증을 통해 국제 해상자율운항 표준(MASS) 제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만 에버그린사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에 SAS를 적용해 미국 오클랜드에서 대만 가오슝까지 약 1만㎞의 태평양 횡단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화오션은 스마트십 플랫폼 ‘HS4’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HS4는 선박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연료 최적화, 운항 효율 향상 등을 지원하며, 선박의 상태를 가상환경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결합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스마트쉽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 ‘한비'와 대형 상선을 이용한 실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2032년까지 자율운항선 검·인증 기술과 국제표준(MASS Code) 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내수면 실증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도 운영한다.
또한 내년도 AI 산업 예산을 10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조선·항만·물류 등 해양산업 전반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도 관련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 인력 양성과 데이터 표준화 작업도 병행해 산업 전반의 기술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 선두권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AI 표준화·데이터 생태계 구축·전문 인재 확보가 향후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AI 자율운항과 스마트조선소는 단일 기술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융합 결과"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데이터 플랫폼과 인력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