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에 따라 주요 유통 매장들이 관광객 수요에 맞춘 행사 및 제품들을 준비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복(福)’ 글자가 들어간 매장 홍보 문구가 걸려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113_701884_4210.jpg)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국내 면세점 시장이 드디어 ‘회복의 문’을 열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한중 교류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며, 외국인 고객 수가 5년 8개월 만에 월 100만명을 넘어섰다. 면세업계는 한동안 다이궁(보따리상)’ 의존으로 흔들렸던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관광 소비의 정상화 흐름을 타고 있다고 평가한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구매 고객은 총 261만9835명으로 전년 동기(250만5119명) 대비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 고객은 2.9% 감소했지만 외국인 고객은 84만9516명에서 101만2368명으로 19.2% 급증했다.
외국인 면세 고객 수가 100만명대를 회복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20년 1월(155만명) 이후 처음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회복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지난 3년간 유례없는 팬데믹 충격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던 관광 유통 산업이 서서히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객 급증의 배경에는 K-콘텐츠와 K-푸드, K-패션 등 한류 소비 트렌드의 확산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지난 1월 36만4000명에서 3월 41만7000명으로 증가한 뒤 7월과 8월 모두 60만명대를 유지하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8월 기준 중국인 관광객 수(60만5000명)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8000명)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 명동, 부산 해운대, 제주 등 주요 관광 상권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K-팝, K-패션, K-드라마 등으로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쇼핑과 관광 수요로 직결되고 있다”며 “특히 면세점은 한류 소비의 ‘현장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빅2’인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이번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즉각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9월 29일 무비자 제도 시행 이후 이달 26일까지 명동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 매출은 40%가량 상승했다. 이달 기준 중국인 고객 비중은 77%, 매출 비중은 86%로 압도적이다.
롯데면세점도 단체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중국 단체 관광객 수가 17 % 늘었으며, 중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여행 규제 완화와 한중 외교 교류 복원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이번 회복세가 단기 반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수요 복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내달 1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한류 제한령(限韓令·한한령) 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단체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만큼, 정상회담 결과가 업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국경절 연휴 당시 해외여행 억제 분위기와 단체 이탈률 규제 부담으로 여행사들이 적극적인 모객을 꺼린 측면이 있다”며 “통상 단체 여행 수요는 수개월 전에 기획되는 만큼 내년 1분기부터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업계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회복 국면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다이궁 정책 변화, 소비 트렌드 변동 등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었지만, 무비자 입국 허용과 외교 정상화로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제반 여건이 완전히 갖춰진 만큼 내년에는 업계 전반의 매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면세업계는 APEC 계기를 기점으로 한중 간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외국인 고객의 면세점 방문 규모가 내년 상반기에는 월평균 12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외국인 소비의 ‘입국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며 “정상회담 이후 교류 분위기가 이어지면 면세점 산업이 다시 한류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