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로 가을 무 재배면적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과 폭우로 가을 무 재배면적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포기에 6000원을 육박하던 배추값이 이달 들어 3000원대로 낮아졌지만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다. 

3000원 배추는 정부지원을 받은 대형마트에서만 판매되는 가격으로 이번 가격 인하도 공급량의 확대에 따른 정상화가 아닌 특별 할인 지원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체감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배추는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보다 저렴해 소비자 쏠림 현상을 대비한 '구매제한'까지 걸려있어 체감 물가는 더 높다는 반응도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5대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농협 하나로마트·GS더프레시)의 배추 가격이 포기당 3000원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지원금을 적용한 회원가 기준 배추 한 포기당 가격은 △롯데마트 4360원 △홈플러스 3740원 △하나로마트 3496원 △이마트 3424원 △GS더프레시 2600원이었다. 

이는 일주일만에 크게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주 기준 롯데마트는 5992원, 홈플러스는 7990원, 이마트는 5584원, 하나로마트는 5184원, GS더프레시는 3300원이었다.

배추가격이 하락했지만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모습이다. 현재 판매되는 배추는 1인당 구매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배추를 1인당 하루 3포기 이상 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포기로 제한한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 제한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제한해도 배추 매대는 매일 조기 품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매제한 수량도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 별로 확보한 물량이 정해져 있는데 정부가 발표한 할인 지원 기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12월4일까지를 김장 기간으로 보고 할인지원 기간을 정해놓은 상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부터 배추, 무 등 김장 재료 11개 품목에 대해 할인 지원을 했고, 한차례 연장해 오는 12월4일까지 4주동안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할인 지원은 계약으로 확보된 물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판매 수량이 정해져있을 수밖에 없다. 언제든 제한 판매량이 1인 1포기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라며 "추가 물량 확보도 가능할 수 있지만 이후 가격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체감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형마트 한정 가격이라는 점이다. 전통시장에서 판매 중인 배추는 정부의 할인 지원이 적용된 가격이 아니라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배추 소매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배추 한포기 소매 가격은 4549원으로 지난해(3802원)에 비해 19.6% 비싸다. 

배춧값은 보통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께 하락세를 보이고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에서 이듬해 1월께 저점을 기록하지만 올해 공급 정상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민 물가협회 생활물가팀장은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배추 정식(밭에 심기) 시기가 늦어지면서 본격 출하와 가격 안정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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