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놓친 외국인 관광객을 편의점 채널이 흡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공=픽사베이]
면세점이 놓친 외국인 관광객을 편의점 채널이 흡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공=픽사베이]

면세점이 놓친 외국인 관광객을 편의점 채널이 흡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 수요는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와 소비 패턴이 가성비·체험형으로 크게 변화하면서 로드샵 형태의 편의점으로 발길이 몰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나온 위챗,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외국인 결제액이 전년 대비 2~3배가량 일제히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의 위챗, 알리페이의 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249.9% 신장했으며, CU의 알리페이, 애플페이 이용 건수도 150.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상반기 기준 알리페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반면 면세점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국내 면세점에서 발생한 내국인 매출액은 2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9215억원으로 14.7% 감소했다.

유동인구와 관광객 자체는 늘었지만 편의점으로 고객을 뺏기기 시작한 뒤로 면세점에서의 외국인 관광객 구매력이 예전만치 못하게 된 것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패턴이 단체 관광 형태에서 소규모 개별 여행으로 달라진 영향이 컸다. 여행 소비패턴 자체가 과거의 ‘럭셔리 쇼핑’에서 ‘가성비 쇼핑’으로 바뀌면서 국내 로드숍이 되살아난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2024 외래관광객조사 1분기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쇼핑 장소 1위로 로드숍을 꼽은 외국인이 48.4%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편의점 역시 CJ올리브영, 다이소 등과 같은 체험형 매장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편의점이 면세점 수요까지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머지않아 오프라인 업계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올 상반기 유통업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편의점(16.0%)은 백화점(16.6%)에 이어 오프라인 채널 중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두 채널 간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한 상태다.

국내 주요 편의점들도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 환전 서비스, 글로벌 포인트 적립 시스템 등 맞춤형 서비스를 계속 확대해나가는 분위기다.

CU는 이미 총 15종의 외국인 화폐를 원화로 환전 가능하도록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한 상태며 올해부터는 글로벌 포인트 적립 시스템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GS25 역시 모바일 여권으로 이용 가능한 즉시 환급 시스템과 무인 환전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 로손 등 편의점을 체험 코스로 설정했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전보다 품목도 훨씬 다양해진 데다 꾸준히 편의점 상품들의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외국인들이 느끼기엔 CJ올리브영이나 다이소와 같은 핵심 로드숍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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