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제공=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제공=연합]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다가오는 가운데,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등 재계가 대응체제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막강한 '자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2기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대(對)미 네트워크와 대관조직 강화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국내 재계 총수들의 네트워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 세계 IT 기업인들을 위한 '테크 서밋'을 열었을 당시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인물이었다. 

다만 이 회장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던 중이어서 특검의 출국 금지 조치로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직접 호명한 뒤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내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내년 2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워싱턴DC를 찾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TPD를 열고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과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의 해법을 모색해 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왔다. 앞서 정 회장은 트럼프 1기 당시 고위 관료들을 그룹의 해외 대관 담당으로 대거 영입한 바 있다. 2020년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를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에 임명하고 올해 1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고문으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해 새로 개설한 워싱턴사무소를 맡기고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직접 워싱턴사무소를 찾아 헤이긴 소장 등과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 미 대선 이후 전망 등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정계와 소통 강화를 위해 대관 조직을 속속 강화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GPA는 삼성전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부, 정치권, 재계 등과 소통·협력 기능을 포괄하는 조직이다.

SK그룹도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통해 트럼프 2기의 주요 인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지난해부터 가동했다. LG는 이 조직과 워싱턴 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정가와 정기적인 소통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독자적으로 대비해 왔다. 지난해 신설한 국제정책실(GPOe)에서 대관 업무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트럼프 2기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향후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사업에서 미국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들 대관 조직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편 국내 경제단체로는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양국 재계의 가교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경협은 미국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둘째 주 초 워싱턴DC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를 연다. 이 행사는 트럼프 당선 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의 해외 대관 담당 사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가운데 공화당과 인연이 깊은 류진 한경협 회장의 주선으로 현지 거물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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