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제공=LG화학]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제공=LG화학]

정부가 침체된 석유화학 업계를 살리기 위해 사업재편 지원에 나선다. 산업 전체 측면에서 공급과잉인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합리화를 독려하고,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에 납사·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해 무관세 기간을 내년에도 1년 연장하는 등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범부처 합동으로 만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석화 산업의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화 업계가 구조적 위기를 맞은 것이 배경이 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산업 전체 측면에서 NCC 설비 합리화를 독려한다. 이미 업계에서도 합작법인 설립이나 사업 매각 등 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납사(Naphtha)를 고온에서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국내 NCC는 울산·여수·대산 등 3개 석화산단에서 운영 중이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대규모 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수출을 확대하며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등 후발국이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경쟁력을 상실, 사업재편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실제 중국은 석화 자급을 목표로 2018년부터 대규모 설비 증설을 통해 2022년 글로벌 최대 생산국의 자리에 올랐다. 중동 역시 탈석유 시대 대비 원유의 안정적 소비처로서 석화 투자를 확대, 정유에 이어 석화 경쟁력도 강화했다.

정부는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을 위한 규제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 규제를 이행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차원이다.

또 사업재편 기업을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에 포함하는 등 고용지원도 제공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과 생산량 감소로 고용 조정을 피할 수 없는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통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경우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절차적 어려움도 도울 예정이다.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신사업 M&A 시 기업결합심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사전컨설팅을 지원한다. 설비 운용 효율화를 위한 정보교환에 대한 사전심사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15일로 줄인다.

재정지원도 투입한다. 사업재편에 나서는 석화 업계 등에 운영자금 지원 등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1조원 규모의 사업 구조 전환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납사·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해 무관세 기간을 내년에도 1년 연장하고, 에탄 도입 관련 터미널·저장탱크 건설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지원한다.

공업원료용 LNG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 분산형 전력 거래 활성화를 통한 전기요금 선택권 확대, 안전 규제 합리화 등 조치도 함께 추진한다.

범용 석화 제품 생산 체계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R&D 지원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고,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국내 석화산업은 세계적인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과 범용품 중심 수출 의존형 성정전략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석화 업계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해오고 있고 사업재편 의지도 충분한 만큼, 정부는 이를 촉진하도록 제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산업경쟁력 약화로 심각한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다. 주요 NCC 기업들은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지속하는 등 역대 최악의 업황을 기록중인 상황이다.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범용 사업 축소 등 사업 재편과 정밀화학,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산업구조로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부의 속도감 있는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신학철 화학산업협회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신 회장은 "이번 경쟁력 제고 방안이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제시된 대책들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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