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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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2024년 다사다난했던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을 뒤로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2025년은 청색의 '을(乙)'과 뱀의 '사(巳)'를 합쳐 청사(靑蛇)의 해, 즉 '푸른 뱀의 해'로 불린다. 

우리 산업계는 올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 미국발(發) 관세전쟁·고환율, 수출 감소·내수침체라는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이에 산업계는 '푸른뱀'의 상징처럼 유연성과 지혜를 바탕으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는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경제계 리더, 3일 대한상의서 머리 맞댄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오는 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2025년 신년인사회'를 연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경제계와 정·관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가 모여 덕담과 인사를 나누는 경제계 최대 규모 신년 행사다. 1962년부터 매년 열려 올해 63회째를 맞는다.

탄핵 국면으로 인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불참에도 불구, 경제계를 중심으로 복합 위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제주항공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진 만큼 행사를 차분하게 진행하고 경제계의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현장. (사진 오른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제공=연합]
202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현장. (사진 오른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제공=연합]

대한상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게 행사 초청장을 보냈으나, 주요 그룹 총수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 참석자 규모는 탄핵 국면과 여객기 참사 여파로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등 전국상의 회장들의 행사 참석이 확정됐다. 또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한다.

정계 인사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또 우루과이·이스라엘·벨기에·요르단·필리핀 등 주한대사들도 자리에 함께할 예정이다.

■경기 둔화·트럼프 2.0 파고 속 새해 산업별 전망은

새해 산업기상도는 AI산업 성장세와 트럼프 2기 정책의 유불리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의하면 반도체‧디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 자동차‧2차전지‧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반도체산업은 △데이터센터·서버 등 AI산업 인프라 지속투자 △AI기기 시장출시로 고부가 반도체의 견고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수출 규제 압박·관세 인상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급격한 시황 악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해 수출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년대비 41% 증가한 1390억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소폭 감소한 13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스마트폰 AI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수요, 프리미엄 OLED IT·TV 출하량 증가로 인해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특히 올해 출시될 아이폰17 전 모델에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될 예정으로, 이전 모델에서 공급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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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에너지 운반선(탱커·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대감을 호재요인으로 꼽았다. 2025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6억불에 달할 전망이다.

바이오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EU·미국의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남아프리카 중심으로 발발 중인 콜레라 등의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을 위협요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은 지난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한-필리핀 FTA 발효에 따른 5% 관세 철폐, 하이브리드카의 수출 증가세 등 호재요인에도 불구,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한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철강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부과 및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와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저가 제품이 악화를 부추길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저가 제품의 유럽 등 주요 시장향(向) 판매는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하방리스크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중국 제외)은 2021년 18.2%에서 2024년 상반기 38%로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의 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확대, 대중(對中)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25년은 다양한 트렌드 변화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과 중장기적 성장 전략 수립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내외 다양한 불확실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해 AI 확산, 에너지 전환, 인구구조 변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 마련 등 재편되는 비즈니스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진(사진 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대한상의]
류진(사진 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대한상의]

■재계 "위기극복·제도개선 시급…정부·산업계 힘 모을 때"

경제단체장들은 새해를 앞둔 신년사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원팀'을 이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사회통합·협력은 물론 정책 지원, 각종 기업 규제 철폐, 국정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 일치된 시선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옛 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것을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새해 우리 경제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며 "많은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히 기업은 경영 전반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단순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에서 나아가 성장의 씨앗이 메마르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내년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라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 사회 전반에 기업가정신을 전파하고 일상화하는 파워하우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는 저출생 고령화로 기초체력이 고갈되면서 또다시 성장과 침체의 갈림길에 섰다"며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한경협이 민간 경제외교의 강화와 기업가정신 재점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 경제는 내수 침체와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수출 환경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근로 시간 제도 유연성 확대·임금 체계 개편·노사관계 선진화·투자 활성화·경영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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