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제공=각 사]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전한 신년사서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경기 침체·고환율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 근원적 경쟁력 확보와 과감한 혁신 등 발 빠른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재계 신년사는 대부분 전방위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메시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미래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본원적 경쟁력과 인공지능(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고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경험했다"고 지난해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한 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 재도약의 발판을 함께 만들어주고 있는 구성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다가올 미래에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꼽았다.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공동명의로 신년사를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간 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내지 않았으나, 올해의 경우 복합 위기 상황을 고려해 별도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전했다.

미래 주요 먹거리인 AI를 통한 이른바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강조한 셈이다. 이들은 "AI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글로벌 로봇시장 공략과 함께 생산성 증대를 위한 국내외 사업장 내 로봇 도입 확대도 기대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연말 이메일과 영상을 통해 일찌감치 신년 인사를 대신했다. '도전과 변화의 DNA'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사업 전개를 당부했다.

구 회장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분명하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선사하자"고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AI와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고 하고 헬스케어와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탄소와 폐기물을 줄여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고 첨단 산업 솔루션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자"고 했다.

다른 기업 총수들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 모색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실행력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지금의 위기는 더 강한 한화를 만들 뿐이고 한화의 미래는 오직 행동하는 우리의 발걸음 위에서만 더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침묵하는 태도가 가장 큰 위기의 경고음"이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속한 실행과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또 "인사, 생산, 안전과 같은 경영의 기본활동부터 다시 살펴보고 빈틈 없는 계획과 차질 없는 실행으로 단단히 채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경쟁력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단순히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세계 각국의 고객이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의 기술력과 인적 역량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며 실력이 된다는 생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제공=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 [제공=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그룹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친환경·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자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GS엔텍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과 GS풍력발전의 발전량 예측제도 등 친환경·디지털 중심의 사업을 창출하고 있다"며 "나아가 산업 바이오, EV(전기차) 충전, VPP(가상발전소), 순환경제, 신재생·뉴에너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신사업 구체화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했다.

디지털 DX과 오픈 이노베이션이 현장에서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 회장은 "새해에는 현장에서 발굴한 디지털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여러 계열사가 머리를 맞대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 사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GS그룹 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GS의 창업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울 시기"라고 덧붙였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올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신뢰 받는 기업을 만들자고 독려했다.

조 회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존과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아무리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온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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