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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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건설·부동산업계는 공사비 급증 영향으로 신음이 이어졌던 한 해였다. 건설 기업은 부도 건수가 5년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녹록지 않은 환경을 나타냈고, 부동산은 준공 물량 급감에 매매가가 치솟는 양상을 띄었다.

K-건설이 사우디아라비이아에서 수주 역사상 최대 성과를 달성하는 등 호재도 존재했지만, 정부가 올 연초 목표한 400억 달러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11~12월엔 '상위 10개사 최고경영자(CEO) 역대급 물갈이' 등 매서운 한파가 불었다. 실적 저하 상황 타개를 목적으로 새로운 인물을 CEO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인적쇄신에 나선 기업은 10개사 중 6곳에 달한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1월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를 시작한 시점으로 기록됐다. 국내 주요 건설사 중 하나인 태영건설은 총 512곳의 채권단과 2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채권 규모로 인해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기업개선계획서에는 태영건설 및 모회사인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책, 금융채권자의 채무 조정 방안, 그리고 신규 자금 조달 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금관리단을 조직해 회사 내부로 파견하고, 현금 집행 관리 역할을 맡게 됐다.

태영건설의 이번 워크아웃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에서 발생한 예상 결손과 추가 손실 충당이 주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서울 여의도 사옥을 비롯해 골프장 및 사업 부지 지분 등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 거센 ‘영업정지 8개월’ 후폭풍…GS건설 신용등급 줄하향

2월은 GS건설의 신용등급이 줄하향한 시기다.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한 여파와 영업정지 행정처분 부과 등이 원인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이 기간 GS건설의 장기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단계 낮췄다. 단기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나신평은 하향조정 사유로 GS건설의 사업경쟁력이 약화된 점, 저하된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나신평은 사고 관련 충당부채 설정으로 GS건설의 작년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50.3%로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부영그룹, 출산 장려 위해 자녀당 1억원 씩 지원

부영그룹은 2월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출산장려책을 발표했다. 회사는 임직원이 자녀를 낳으면 아이 한 명당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같은 조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기업 차원의 선도적 대응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20년 후 대한민국은 경제 생산인구 감소,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한 국방 인력 부족 등 심각한 존립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기업들도 출산 장려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출·퇴근 30분 시대’ 눈앞…GTX發 ‘집값 들썩’

3월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 A노선 개통으로, GTX 정차역 인근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GTX-A 초역세권 ‘동탄역 롯데캐슬(전용·84㎡)’의 경우, 3개월 만에 1억2000만원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GTX 예정 수혜지역에선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타났다. 작년 10월 분양한 '동탄레이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은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 240대 1을, '운정3 제일풍경채'는 371.64대 1을 각각 기록했다.

GTX-A(수서~동탄)는 직장인들의 평일 출·퇴근 시간을 50~70분 단축시켜 주고 있다. 기존 수도권 지하철이 시속 30~40㎞로 운행하는 것 대비 GTX-A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린다.

■ K-건설 사우디서 9.6조 역대최대 수주

4월은 K-건설이 사우디아라비이아에서 수주 역사상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수주액만 72억 달러(한화·9조7000억원)에 달하며, 전 세계 해외건설 수주 사업 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사우디 동부 주베일 인근 지역에서 추진하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공사로, 삼성E&A와 GS건설이 수주했다.

■ 재건축·재개발 속도...‘뉴빌리지’에도 패스트트랙 도입

4월 정부는 오래된 빌라촌을 소규모로 정비할 때 주차장, 운동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에도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뉴빌리지 사업이란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오래된 단독주택과 빌라를 새 빌라, 타운하우스 등으로 다시 지으려 할 때 정부가 150억원 내외로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소규모 정비를 위한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 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의제해 용적률과 층수 완화 인센티브가 즉시 부여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주민합의체 구성을 위한 동의율을 100%에서 80%로 완화(자율주택정비사업)한다.

이렇게 하면 6개월가량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도시재생사업으로 검토 중인 곳 가운데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은 뉴빌리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13~15년 소요되는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선제적 제도 개선과 신속한 인허가를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8·8부동산 대책...수도권 6년간 42.7만호 공급

8월은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부동산 대책)' 계획을 발표한 달이다. 정부는 향후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의 우량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방안 계획을 발표한 데는, 최근 인허가 물량 급감으로 2~3년 뒤 집값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이에 정부는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하고,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서울 37만호 추진을 가속화하겠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업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수리하는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 사업 단계별로 복잡했던 절차를 개선한다.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요건을 75%에서 70%로 완화하고, 조합설립 동의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다.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을 빚던 사업장엔 법률·건설·토목·도시행정 전문가를 '요청 시 파견'하는 것에서 '의무적'으로 변경했다.

정비사업 대출보증 규모는 연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리고, 사업면적 등에 따라 최대 보증한도액은 50억원에서 60억원으로 확대한다. 최대 용적률도 법적상한 기준에서 추가 허용키로 했다. 역세권 정비사업의 경우 현 360%에 머무르던 것을 390%로, 일반 정비사업은 300%에서 330%까지 상향했다.

■ 건설사 ‘임원인사 칼바람’…10대社 중 6곳 CEO 바꿨다

11~12월엔 건설업계 내 때 이른 임원인사 칼바람이 불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실적이 급락하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새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2024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개사 중 6개사가 최근 CEO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앉혔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시평 5위 DL이앤씨와 9위 SK에코플랜트는 특히 예년보다 두 달 빠르게 '조기 인사'를 실시했다. 3위 대우건설은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2위 현대건설은 약 4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현대엔지니어링(4위)은 대표이사에 주우정 부사장(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7위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CEO가 두 번이나 교체됐다. 지난 3월 전중선 대표이사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었지만, 취임 10개월여 만에 경질됐다. 전중선 사장의 후임으로는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새롭게 선임됐다.

■ 그린벨트 12년 만에 해제...수도권에 5만 가구 공급

정부가 서울 서초구, 경기 고양·의왕·의정부시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수도권에 향후 5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내 그린벨트가 해제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며, 이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신규택지 후보지는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 가구)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이다. 국토부는 올해 5만 가구에 이어 내년 상반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3만 가구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선제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만큼,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우선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건설사 부도 건수 27곳...5년래 최대

올해는 건설사 부도 건수가 작년 대비 대폭 늘었던 한 해다. 치솟은 원가 탓에 부도 신청 건수도 급증한 것인 데, 특히 지방 소재의 중소 건설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1~11월까지 부도를 신고한 국내 건설업체 수는 총 27곳.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곳)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연간 기준 2019년(49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부도난 업체들은 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로 조사됐다. 실제 서울(1곳)과 경기(3곳)를 제외하면 전체의 약 85%가 지방 업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4곳), 경남(3곳)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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